월드컵 결승전은 이민자 가정 vs 난민 출신들의 맞대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13일 05시 30분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월드컵 결승전은 난민생활을 했거나 이민자가정 출신의 선수들이 만드는 무대다.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프랑스 선수단은 23명 엔트리 가운데 21명이 이민자가정의 후손이다. 15명은 아프리카 출신이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아버지는 카메룬 국적, 어머니는 알제리 사람이다. 벨기에와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는 카메룬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왔다. 팀의 리더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버지가 독일, 어머니가 포르투갈 사람이다. 폴 포그바는 기니에서, 은골로 캉테는 말리에서 프랑스로 각각 이주해왔다.

지단~앙리~비에라로 상징되는 1998년 우승팀 ‘뢰블뢰’에는 12명의 선수가 이민자가정 출신이었다. 이들은 모국의 문화를 새로 정착한 프랑스의 축구문화에 결합시켜 아트사커를 만들어냈다. 이번 대표팀은 선배 이민자출신 선수들이 만들어놓은 예술의 토대에 스피드를 더했다. 초원을 달리는 맹수를 연상시키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스피드에 상대팀은 허물어졌다.

크로아티아대표팀의 애칭은 ‘불덩어리’다. 16강전부터 시작해 3경기 연속 연장전까지 치르는 대혈투 속에서 선수들의 투지는 빛났다. 몇몇 선수들은 발을 절룩거리면서도 감독에게 교체사인을 내지 않았다. 3경기 모두 먼저 골을 허용하고도 따라붙은 투지와 열정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루카 모드리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루카 모드리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축구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은 어린 시절 유럽의 화약고였던 유고에서 내전의 소용돌이를 경험했다. 팀의 리더 루카 모드리치는 6살 때 세르비아 민병대들에 쫓겨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를 아꼈던 할아버지는 당시 민병대에 의해 살해됐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며 한때 힘든 생활도 겪었다.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모드리치는 오직 축구만이 힘든 현실을 바꿔줄 것이라고 믿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공을 차며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당시의 쓰라린 기억을 공유했다. 프랑스의 다양성과 반대되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뭉쳤다. 위기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마침내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지만 이들은 몸을 지배하는 정신의 힘을 믿는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p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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