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년, 원 없이 때려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 외국인 선수 우리카드 파다르

2년간 프로배구 V리그에서 최고 외국인으로 활약한 우리카드 파다르(22). 최근 고국인 헝가리로 출국한 그는 “즐거운 추억이 많은 한국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년간 프로배구 V리그에서 최고 외국인으로 활약한 우리카드 파다르(22). 최근 고국인 헝가리로 출국한 그는 “즐거운 추억이 많은 한국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당장은 모르겠지만 한국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프로배구 우리카드에서 외국인 선수로 뛴 파다르(22·헝가리)는 최근 출국에 앞서 한국에서 보낸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파다르에게 한국은 특별했다. 경기마다 최고의 기량을 펼친 그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가 됐다. 1월 올스타전에서 그가 선보인 깜짝 걸그룹 춤도 자신에게 보내준 뜨거운 관심에 대한 그만의 보답이었다. 파다르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 남몰래 몇날 며칠을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 한국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라며 웃었다.

2016년 초 약관의 파다르가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피 끓는 나이에 원 없이 뛸 수 있는 곳을 원했다. 파다르는 “한국에선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들었다. 그 무게감을 즐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무대 데뷔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6년 5월 트라이아웃 당시 5순위 지명권을 가진 우리카드는 파다르를 뽑기 전 7분간의 난상토론을 벌였다. 공격수치고 작은 파다르의 키(197cm)와 20세라는 나이 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첫 시즌 득점 2위, 서브 3위, 공격 종합 5위의 호성적을 올렸다. 두 번째 시즌에 접어들어 득점, 서브, 후위공격 등 대부분 공격지표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괴물’로 진화했다. 파다르는 “키는 작지만 비시즌마다 점프 훈련에 집중해 나보다 10cm 큰 선수들과 스파이크는 맞먹는 수준이다. 편견을 깨서 기뻤다”고 말했다.

팀 내 적응력도 탁월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닭갈비. 한국 선수들보다도 매운 음식을 곧잘 먹었는데 치킨을 먹을 때도 항상 ‘매운 것’만 찾았다. 팀 내 막내로 나이 많은 동료에게는 허리를 숙인 뒤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예의를 갖췄다. 인터뷰하러 온 기자를 보고도 깍듯하게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선후배 간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따라 해보다 습관이 됐어요. 헝가리에 돌아가서도 어른들한테 허리를 숙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할까 걱정되네요(웃음).”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 된 실력 좋은 파다르를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우선 원 소속팀인 우리카드에서 2년 계약 기간을 꽉 채워 계속 한국에서 뛰려면 파다르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해야 한다. 작고 어린 선수에서 거물로 성장한 파다르가 더 큰 무대를 꿈꾸며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확률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듯 보였다.

“지금은 (한국에 올 확률이) 반반입니다. 하지만 제게 좋은 추억이 많은 곳이에요. 요즘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일정은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웃음).”
 
인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파다르#프로배구 우리카드#프로배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