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2군 갈래?” 한마디에 부활한 ‘슛돌이’ 전준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5시 45분


현대모비스 전준범은 최근 코칭스태프와 면담에서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 부진으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전준범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전준범은 최근 코칭스태프와 면담에서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 부진으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전준범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모비스
집중력 떨어지고 실책 늘자 2군행 위기
“다시 해보겠다” 코치진 면담 후 1군 잔류
“대표팀서도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우겠다”


울산 현대모비스 전준범(26·195cm)은 팀에서 유일한 전문슈터다.

하지만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개막 이후 경기력 기복이 유독 심하다. 득점력도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집중력이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동료들과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거나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장면이 늘었다. 그 때문에 최근 들어서 출전시간도 줄었다.

부진이 계속된 전준범은 최근 코칭스태프와 면담을 했다. 사실상 2군행 통보였다. 이 자리에서 전준범은 ‘다시 해 보겠다’는 의지를 코칭스태프에게 보였고 그 덕분에 1군에 남을 수 있었다. 면담 뒤인 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원정에서 전준범은 모처럼 좋은 활약을 펼쳤다.

3점슛 3개 포함 15점을 책임졌고, 수비에서는 KCC의 슈터 이정현(30·191cm)을 곧잘 막았다. 하지만 100% 좋았던 것은 아니다. 4쿼터 KCC가 맹추격할 때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저질렀다. 다행스럽게도 KCC가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자칫하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할 뻔 했다.

전준범은 “얼마 전 코치님과 면담을 가졌다. 집중력 등 문제점을 지적받았고, ‘2군으로 내려갈지 스스로 결정해서 얘기를 해 달라’고 하시더라. 잠시 생각해보고 ‘1군에서 다시 한 번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KCC전은 다행히 잘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이어서 “KCC전에서도 잘 하다가 중요한 순간 실책을 했는데 마음이 급했다. 집중력을 더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 전준범.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전준범.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이 모처럼 역할을 잘 해줬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이정현을 잘 따라다녔다. 실책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해줬다. 경기력이 들쑥날쑥 한데 오늘은 ‘날쑥’이었다”며 농담을 섞어 칭찬했다.

그는 이번 주말 경기를 마치면 13일부터 남자농구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에서는 주전급이 아니지만 여름 레바논에서 열렸던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팀이 어려울 때 정확한 외곽슛으로 힘을 보탰고,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전준범은 “대표팀에 잘 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배워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표팀에 간다. 이번에 합류해서도 기량이 좋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음달에는 또 하나의 특별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전준범 데이’다. 2014년 12월17일 SK와의 경기에서 비롯됐다. 팀이 3점 앞선 상황,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하는 애런 헤인즈에게 전준범이 파울을 했다. 2점을 줘도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어이없게 추가 자유투를 헌납했다. 헤인즈가 자유투를 놓쳐 승패가 뒤집어지지 않았지만 전준범은 경기 뒤 유재학 감독에게 크게 혼났다. 그 후 매년 12월17일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고정됐고, ‘전준범 데이’라 불린다.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17일 원주 DB와 원정에 나선다. 그의 등번호 17번과도 맞아떨어지는 등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전준범은 “주위에서 많이 얘기를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3년 전 너무 안 좋은 장면에서 비롯됐다. 덕분에 내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만 괜찮은 기억보다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특별하게는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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