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북 이적뒤 화려한 부활… 8시즌 연속 두자리 득점 기록
올해는 초반 부상 딛고 8골 넣어
후반 20분 ‘전주성’이 함성으로 뒤덮였다. 등번호 20번인 이동국(38)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북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에 투입된 이동국은 1분 뒤 빠른 돌파를 통해 이승기의 추가골로 이어지는 절묘한 스루 패스를 연결했다.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는 후반 33분 로페즈의 크로스를 정확히 머리로 받아 제주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전북 이동국이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국내 프로축구 최초로 개인 통산 200골 고지를 밟았다. 올해 9월 17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역대 최초로 ‘70(골)-70(도움)’을 달성한 이동국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언제 깨질지 모를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부문 통산 2위는 172골의 데얀(36·서울)이고 112골의 전북 김신욱(29)이 역대 6위이자 현역 선수 3위에 올라있다.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467경기에서 200골을 만들었다. 데뷔 첫해 24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던 이동국은 한동안 신인 때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도 쓴맛을 봤지만 성남을 거쳐 2009년 전북으로 온 뒤 최강희 감독을 만나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기 시작했다. 이적 첫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었던 그는 2016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며 200골 달성을 준비해왔다. 시즌 초반 부상을 겪었던 올해는 28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200호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팬들을 향해 등번호와 이름이 적힌 뒤쪽을 들어 보였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하곤 하는 세리머니였다. 이동국은 “나를 오래 기억해 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아들 대박이(시안)에게 약속한 ‘알로하(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알로하”라고 외치는 하와이식 인사) 세리머니’를 했다.
이동국은 “기록은 깨질 수밖에 없지만 통산 200골이 다가올수록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강원과의 경기에서 199번째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이 ‘우승하면서 200호 골을 넣으면 베스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로 맞아떨어져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내년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 시즌이 끝난 뒤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은퇴 시기는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구단에는 내년에도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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