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뒤에서 7번째’ KIA 이정훈이 말하는 기적의 첫 KS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5시 30분


KIA 이정훈(오른쪽).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이정훈(오른쪽).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17 한국시리즈(KS) 1차전(25일)을 하루 앞둔 24일. KBO가 발표한 KS 엔트리에 다소 낯선 이름이 보였다. KIA 포수 이정훈(23)이었다. 엔트리 발표 직후 이정훈을 두고 “예상치 못한 깜짝 발탁”, “생소한 선수”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정훈 본인조차 “생각조차 못 했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이정훈은 휘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94번)에 KIA의 지명을 받았다. 전체 지명 순위는 뒤에서 7번째다. 1군 4경기에 출장했지만, 4월 29일 이후 쭉 2군에만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정훈의 KS 엔트리 발탁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정훈은 “많이 떨리지만, 설레고 기분이 좋다”며 “정규시즌이 끝나고 자체 청백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2군 (정회열) 감독님께서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열심히 뛰다 보면 KS 엔트리 진입은 어려워도 마무리캠프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 악착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돌아보며 “정 감독님의 말씀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KS 엔트리 진입을 통보받은 순간은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예비엔트리에 포함됐다는 말만 들었다. 식사하러 가던 중에 조계현 수석코치님께서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다. 곧바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니 동료들의 집중력이 매우 높고,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느낀다. 선수들의 근성도 대단하다.” 처음에는 다소 수줍어하던 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김민식~한승택의 뒤를 받치는 세 번째 포수. 이정훈에게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계없이 이정훈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덕아웃에서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돈 주고도 못 살 최고의 경험이다. 그는 “기회가 온다면 늘 하던대로, 김상훈 2군 배터리코치님께 배운 대로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 이번 가을이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훈은 인터뷰 말미에 고교 시절 은사였던 이명섭 전 휘문고 감독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고교 3학년 때 팀의 4번 타자였는데, 많이 부진했다. 그때 감독님께 ‘4번에서 빼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팀이 이기든 지든, 너를 믿고 기용하겠다’고 하셨다. 그때 큰 자신감을 얻었다. 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또 내가 잘하든 못하든 큰 힘을 주신 부모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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