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역할’ 대답 없는 메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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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원하는 역할 무엇인지 물었으나 구체적 내용 없는 이메일 회신만… 10월 7일 평가전 현장서 협의 예정”… 기술고문 또는 기술자문 가능성 커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몇 차례 미뤄지다 11시 45분에야 열렸다. 난상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도움을 받겠다. 구체적인 역할은 만나서 얘기를 듣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26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축구회관에서 김호곤 기술위원장(사진) 주재로 제7차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축구 팬들이 요구하는 ‘히딩크 감독 재영입’에 대해서는 “신태용 감독 체제로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치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는 결정을 못하고 히딩크 감독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을 놓고 기술위에서 많은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우리가 먼저 제안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감독님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예의”라고 결정을 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표팀이 10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르는 현장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나 구체적인 역할을 협의할 예정이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얘기가 한국 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에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기자회견 다음 날 본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지난주에 회신이 왔는데 이메일을 잘 받았다는 얘기 외에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에게 특정 역할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신 감독도 동의를 했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노하우를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옥상옥’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서 맡을 역할은 기술고문 또는 기술자문일 가능성이 높다. 히딩크 전 감독은 첼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빅 클럽에서도 지도자를 했고 네덜란드, 한국, 호주, 러시아, 터키 등의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내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월드컵 경험이 없는 신 감독에게는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 축구의 흐름과 선수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 처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물어야 한다. 더 일찍 만났다면 지금처럼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달 유럽 평가전 결과에 따라 신 감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주위 반응을 경계했다. 그는 “당장 10월 평가전은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게 컴퓨터 게임은 아니다.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월드컵 본선 승리를 위해 답답하겠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히딩크#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히딩크의 역할#히딩크 기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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