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석, 어디 갔다 이제 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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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시즌 5홈런 뒤 잊혀진 얼굴… 윤석민 kt 이적으로 기회 잡아
55경기서 12홈런 넥센의 거포로

또 한 번 손맛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이었다.

넥센 장영석(27·사진)에게 올 시즌은 ‘새로운 시작’이다. 2010시즌 5홈런을 끝으로 사라졌던 장영석은 올 시즌 7월 23일 2494일 만의 홈런으로 ‘부활 신고’를 하더니 3일 KIA 경기에서는 끝내기 안타로 역대 9회 최다 점수 차(6점) 역전승까지 이끌었다. 그는 올 시즌 55경기만 치르고도 홈런 12개로 두 자릿수 홈런을 가뿐히 넘겼다.

사실 거포 장영석은 ‘오래된 미래’였다. 2009년 히어로즈에 1차 지명을 받을 때 그는 “힘은 타고났다. 김동주나 이대호급으로 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고양시 원당에 2군 경기장이 있던 시절에는 야구장 왼쪽 담 옆에 있던 소 목장으로 공을 하도 넘겨대 민원을 들었을 정도였다. “공이 천장에 맞으면 ‘쾅’ 소리가 엄청 크게 나거든요. 그러면 소들이 벌떡 일어나서 막 울어요. 한번은 소 키우시는 분이 찾아오셔서 소가 임신했는데 유산된다고…(웃음).”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거포 유망주는 2011시즌에는 투수 전향까지 하며 방황했고 입단 9년 차에야 꽃을 피우게 됐다.

올 시즌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5월에도 한 차례 1군으로 올라왔지만 장영석은 이틀 만에 다시 2군으로 돌아갔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야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온갖 안 좋은 생각을 다 했어요.”

그의 진가는 7월 윤석민이 kt로 트레이드된 후 발휘되기 시작했다. “(다시 1군에 올라오고) 한번 잘해보자 했는데 또 두 경기 연속 삼진만 먹고 죽을 쒔어요. ‘이러다 또 (2군) 가겠구나’ 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내려놨어요. ‘가면 어때, 늘 가던 건데! 내 실력의 70%만 보여주자’ 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운명의 장난처럼 장영석은 ‘그날’ 윤석민의 빈자리를 채우러 나와 윤석민이 상대 선수로 지켜보는 kt전에서 7년 만에 홈런을 날렸다. “잘하니 보기 좋다”는 윤석민에게 장영석도 “다 형 덕분입니다”라며 웃을 수 있었다.

팬들은 장영석에게서 LG에서 트레이드돼 넥센에서 만개한 거포 박병호(미네소타)의 향기를 느낀다. “병호 형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 반만 따라가도 좋겠어요”라는 장영석. ‘이제 한 시즌 25홈런은 치겠다는 얘기냐’고 물으니 “그건 너무 많네요”라며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넥센 장영석#윤석민#장영석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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