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거포 4인방, 화끈한 타격전쟁

  • 동아일보

힘+정교함… 장타-출루부문 리그 지배
최형우, 타점-OPS 1위 질주
나성범, 후반기 무서운 폭발력
김재환, 6월이후 4할대 타율
한동민, 파워 앞세워 홈런 양산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올 시즌처럼 왼손 타자들이 장타 경쟁에 흥행을 붙이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100억의 사나이’ 최형우(34·KIA)를 비롯해 나성범(28·NC), 김재환(29·두산), 한동민(27·SK)이 상대 야수들을 담장 근처로 물러나게 하는 빠르고 긴 타구를 쏟아내고 있다. 보기만 해도 힘이 넘치는 스윙이라 거포, ‘풀 히터(Full Hitter·전력으로 공을 끌어 당겨 멀리 치는 타자)’의 개념으로 불리고 있지만 스윙, 타구 궤적이나 방향, 배트 스피드 또한 교타자 수준 이상이어서 전문가들도 이들을 어떠한 범주의 타자로 불러야 할지 혼란스럽게 한다.

이들은 장타와 출루 부문에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투수들이 장타를 맞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공을 던지다 보니 볼넷도 많이 얻었다. 또 외야수들이 펜스 근처로 물러서 수비를 하다 보니 내야와 외야 사이 넓어진 공간으로 떨어진 안타도 많았다. 각 팀에서는 이들이 나올 때마다 수비를 오른쪽으로 당기는 ‘시프트’를 쓰고 있으나 타구 스피드까지 빨라 이마저도 뚫어내고 있다.

국내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선 최형우는 2일 현재 홈런 5위, 장타력 2위다. 투수들의 극심한 견제로 볼넷을 70개(1위)나 얻어 출루율과 장타력을 더한 OPS에서 단연 1위다. 방망이를 약간 눕히듯 잡고 빠르게 스윙하며 공에 스핀(회전)을 주는 자신만의 타격이 절정에 와 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 2루타 수도 27개로 1위다. 최형우는 “아직 완성이라는 건 없다. 계속 타구를 멀리 보내는 최적의 자세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6월 손목 부상으로 20경기가량 결장했던 나성범은 홈런 개수 등에서는 아직 처져 있지만 후반기 무서운 폭발력으로 장타를 양산하고 있다. 김재환은 6월 이후 리그 타자 중 유일하게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면서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거리 타자로 떠올랐다. 최다안타 1위, 홈런 4위, 장타력 3위다. 전체 타구 평균 속도만 따지면 시속 138.19km로 나머지 3명보다 빠른 타구를 보내고 있다. 최형우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7.58km, 나성범은 135.45km, 한동민은 131.87km다. 경기 전 연습 타격 때는 거의 모든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파워를 과시하는 한동민은 팀 동료 최정(SK·37개)과 홈런왕을 다투고 있다.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의 타격 스승이었던 박흥식 KIA 코치는 “김기태 KIA 감독님, 양준혁 야구해설위원(전 삼성), 이승엽 등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왼손 ‘풀 히터’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손목을 활용한 방망이 컨트롤이 아주 좋았고, 양 위원은 밑에서 위로 공을 쳐 올리는 스타일이라는 게 박 코치의 얘기다. 박 코치는 또 “이승엽과 4명이 비슷한데 지금 선수들은 기본기가 잘돼 있고 강한 허리, 골반의 회전력으로 공을 몸으로 불러 들여서 벼락같이 때린다”며 “‘풀 히터’라고 해서 큰 스윙이 아니라 4명 다 짧고 빠른 스윙으로 공의 밑부분 3분의 1 지점을 파고들 듯 때려 거의 직선타로 홈런을 치는 독특한 유형이다. 계속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볼 만한 재산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코치는 “개인적으로 김재환은 2군에 있을 때도 계속 지켜봐 왔다. 4명 전부 대기만성형 선수라 기대가 크다. 각 팀 투수들 얘기를 들어 보니 이 4명이 타석에 들어서면 혹시라도 타구에 맞을까 봐 겁이 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제경기라면 상대가 질리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이들의 성장으로 내년 아시아경기 등 주요 국제대회에 나설 국가대표 중심 타선도 벌써부터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박병호(미네소타) 등 오른손 내야수 타자들이 주축이었던 구도에서 외야수 왼손 ‘빅4’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야구#왼손 타자#최형우#나성범#김재환#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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