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이병규 “ML 연수로 지도자 준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0일 05시 30분


이병규(오른쪽 세 번째)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본인의 은퇴식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서만 
17년을 뛴 그는 구단 두 번째 영구결번(9번)의 주인공이 됐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병규(오른쪽 세 번째)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본인의 은퇴식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서만 17년을 뛴 그는 구단 두 번째 영구결번(9번)의 주인공이 됐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I was born to love you~♬ 오~이병규!’

이병규(43)의 등장곡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록밴드 퀸(Queen)의 ‘아이 워즈 본 투 러브(I was born to love you)’가 잠실구장에 퍼지면 LG 팬들은 열광했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가사 내용 그대로 팬들의 마음속에서 이병규는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었다. ‘적토마’처럼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및 영구결번식을 통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병규 해설위원이 경기를 앞두고 열린 은퇴식에서 축하하러 나온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병규 해설위원이 경기를 앞두고 열린 은퇴식에서 축하하러 나온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팬들과 스승, 가족이 함께 한 은퇴식

이병규는 1997년 LG에 입단해 무려 17년간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일본 주니치 2007~2009년)다. 입단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1741경기 동안 통산 타율 0.311(6571타수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을 기록했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쓴느 팀 중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을 다수 남겼다.

그러나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이병규는 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의 의사는 일찌감치 밝혔지만 9일 열린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20년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경기 전 열린 은퇴식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구장을 꽉 채운 팬들은 그의 응원가 ‘LG의 이병규~LG의 이병규~안타안타안타안타 이병규~♬’를 합창했다.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다. 이병규는 아들 승민(12)군과 함께 시구, 시타자로 나섰다. 야구인생 20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경험을 했다. 그는 그동안 선수 이병규를 만들어준 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청구초 손용근 감독, 장충고 유상호 감독, 단국대 강문길 감독, LG 전 천보성 감독 등 옛스승들과 어머니 김순금 여사에게 기념배트를 전달하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해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된 이후에는 영구결번식도 치렀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비에도 잠실을 찾은 2만여 명의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히려 이병규의 응원가를 더 목청 높여 부르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병규도 가수 임재욱(포지션)의 응원가에 맞춰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그리고 LG 첫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 김용수(41번)에게 축하를 받으며 등번호 ‘9번’ 영구결번 선언을 지켜봤다. “최대한 울지 않아보겠다”던 그였지만 어머니를 보자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별사를 통해서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LG가 7회초 갑작스러운 폭우로 3-2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이병규가 경기 후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LG 구단 최초 영구결번자인 김용수 전 코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LG가 7회초 갑작스러운 폭우로 3-2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이병규가 경기 후 열린 영구결번식에서 LG 구단 최초 영구결번자인 김용수 전 코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이병규 “ML 연수 후 지도자 꿈”

이병규는 “내 등번호 9번이 영구결번으로 남는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KBO리그 36년 역사에서 13번째 영구결번이 되는데 아시다시피 무관(우승)인데 기쁘고 영광스럽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게다가 이는 김용수(41번) 이후 팀으로는 2번째, 야수로는 최초다. 그는 “영구결번 욕심은 냈다. 김용수 선배님이 하시고 팀 2호 선수가 되기를 꿈꿨고,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게 돼 기쁘고 좋다”고 말했다.

물론 은퇴하는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풀어내지 못한 ‘우승’이라는 큰 과제를 남기고 떠나기 때문이다. 이병규는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는 선배가 돼 미안하다”며 “후배들이 앞으로 좀더 단단한 모습으로 팬들, 팀이 원하는 우승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여기에는 자신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그는 “해설위원을 하는 것도 야구 공부를 하는 것이라서 결정했다”며 “앞으로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선진국에 가서 배우고 지도자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연수는 미국이 될 전망이다. 그는 “마이너리그는 많은 분들이 다녀왔기 때문에 가능한 메이저리그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며 “공부하고 돌아와서 훌륭한 선수들과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은 내가 꿈꾸는 미래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LG가 7회초 갑작스러운 폭우로 3-2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이병규가 경기 후 열린 이병규의 영구결번식에서 LG 선수단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LG가 7회초 갑작스러운 폭우로 3-2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이병규가 경기 후 열린 이병규의 영구결번식에서 LG 선수단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이병규

▲생년월일=1974년 10월 25일
▲출신교=청구초∼서대문중∼장충고∼단국대
▲키·몸무게=185cm·85kg(좌투좌타)
▲프로 입단=1997년도 LG 트윈스 1차지명
▲프로 경력=LG(1997∼2006년)∼주니치 드래곤스(2007∼2009년)∼LG(2010∼2016년)
▲통산 성적=1741경기 타율 0.311(6571타수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
▲신인왕, 골든글러브 7회, 3년 연속 최다안타(1999∼2001년), 올스타 11회, 최고령 사이클링히트(38세8개월10일)
▲1997방콕아시안게임, 2000시드니올림픽, 2002부산아시안게임, 2006도하아시안게임 및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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