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악바리’ 정근우 “야구가 소중하고 간절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7일 05시 30분


한화 정근우는 13년차 베테랑이다. 젊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야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는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간절함이 생긴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한화 정근우는 13년차 베테랑이다. 젊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야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는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간절함이 생긴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불로초를 찾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영생을 누리지 못했다. 영원히 ‘국민타자’로 타석에 서 있을 것 같은 이승엽(삼성·41)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한화 정근우(35)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국가대표 2루수, 악바리 근성의 대표주자인 그는 여전히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하지만 스스로 조금씩 느끼는 부분이 있다. 최근 한화 베테랑들이 대거 유니폼을 벗으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는 ‘그렇기에’ 더 이를 악물고 있다. “어릴 때는 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야구가 소중해진다”며 “경기를 뛰지 못하면 아쉽다. 뛸 수 있을 때 뛴다는 마음으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 “앞만 보고 달려온 10년의 시간”

정근우는 올해 13년차 베테랑이다. 그는 지나온 시간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온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그래야만 했다. 재능은 빼어났지만 단신이라는 이유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05년 SK에 입단했지만 고등학교 때 당한 팔꿈치 부상 때문에 ‘입스(심리적 요인으로 인해서 스윙을 제대로 못하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려 샷을 실패하는 골프용어. 야구에서는 야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증상을 일컫는다)’에 시달렸다.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냉정한 프로세계에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에도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최정과 메이저리그 수비를 따라하는 게 ‘놀이’일 정도로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살았다.

“야구가 좋아 야구만 했던” 세월이 쌓이니 어느새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2루수가 돼 있었다. 서른 중반이 된 후에도 감독들이 탐내는 ‘야구 참 잘 하는 선수’로 살아가고 있다. 실제 그는 한화의 리드오프로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짧은 안타에도 1루에서 3루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몸을 던져 타구를 낚아챈다. 야구 욕심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항상 잘 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지만 계속해서 연구하고 훈련을 하는 것은 내 것을 빨리 되찾기 위한 연습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왼쪽 무릎 수술을 받게 되자 부하를 막기 위해 체중을 7㎏이나 빼는 노력도 기울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 “야구가 소중하고 간절하다”

물론 체력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KBO리그 최초로 11년 연속 2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무릎 수술 이후 도루에 대한 부담도 생겼다. 그래도 그는 계속 뛰고 싶다. 마음만 앞서는 게 아니라 여전히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너무 악바리처럼 뛰다보니 치아가 많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 빨리 뛸 때는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된다. 어떤 분이 치아 보호장비인 마우스피스를 끼라고 권하는데 불편해서 못 낀다. 그냥 뛰고 있다”며 해맑게 웃는다.

정근우가 이토록 전력 질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를 잘 하고 싶어서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첫 번째는 솔직히 심적으로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그때보다 나이도 든 까닭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편하다. 내 성적보다는 팀 성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무작정 앞만 보고 왔다고 한다면 요즘은 앞도 보고, 뒤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함께 키스톤콤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하)주석이도 그렇고 실수하고 야구가 잘 안 되어서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면 참 예쁘다. 젊은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주면서 팀 분위기가 좋다. 또 팀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참으로서 좋은 분위기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나 역시 계속 열심히 뛰어야한다. 어릴 때는 몸이 힘들면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간절함이 생긴다. 지금처럼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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