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팬들 휘파람 불고, 싸우고… KLPGA 씁쓸한 풍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6일 05시 45분


사진제공|KLPGA
사진제공|KLPGA
한경레이디스컵 과열된 응원전 눈살
상대 배려하는 ‘갤러리의 품격’ 실종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특정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열띤 응원을 보내는 팬클럽들이다.

25일 경기도 안산 아일랜드골프장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도 열성적 팬클럽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전 10시52분 오지현(21), 김해림(28), 김지영(21)의 챔피언조 경기가 출발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팬클럽들의 응원전에도 불이 붙었다. 2번째로 티샷을 한 김지영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플래카드 등을 들고 온 수십명의 팬클럽이 “김지영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 김해림이 티샷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같은 모자를 쓰고 온 더 많은 팬들이 “김해림 파이팅”을 외치고 휘파람을 불며 떠들썩하게 응원했다.

프로스포츠는 팬과 함께한다. 팬이 있어야 선수는 성장의 발판을 얻는다. 그런 측면에서 여자골퍼들을 따라다니는 이른바 ‘삼촌, 이모, 아저씨부대’는 긍정적 요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특정선수만을 응원하는 문화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종종 마찰도 빚어진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5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발생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A와 B 선수의 치열한 선두다툼이 벌어졌고, 그 순간 A 선수를 응원하는 소리가 커지자 B 선수의 팬들이 ‘응원이 지나치다’며 항의했다. 자연스레 양쪽 팬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커지는 불미스러운 광경이 연출됐다. 골프대회를 관전하러온 것인지, 좋아하는 선수만을 응원하러온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랫동안 골프대회를 지켜봐왔지만, 이런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불쾌해했다.

골프대회를 보러온 관중을 ‘갤러리(gallery)’라고 부른다. 갤러리의 어원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사전적 의미의 갤러리가 원래 화랑, 극장의 발코니 등을 뜻하고, 골프경기의 관중이 페어웨이 양편으로 늘어선 모습이 화랑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듯 조용히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국내의 여자프로골프 경기를 보러오는 팬들에게 ‘갤러리’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응원에도 품격이 있다.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팬으로서 당연하다. 그러나 팬은 골프장에만 있지 않다. TV 시청자를 포함해 필드 밖에 더 많은 팬들이 있다. 함께 땀을 흘리며 경쟁하는 상대선수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더해진다면 더욱 품격 있는 응원이 되지 않을까.

안산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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