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체력관리 그리고 순위싸움…‘여름 레이스’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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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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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를 감싸는 따가운 햇살과 함께 KBO리그가 본격적인 여름 레이스에 진입했다. 야구의 종목 특성상 여름은 불청객과 같은 존재다. 쉴 새 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은 물론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장맛비까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름은 전체 순위판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압박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을야구를 꿈꾸는 모든 팀들은 여름철 체력관리와 순위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미끄러질 경우 한 해 농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여름 레이스를 무사히 풀어나가는 운영의 묘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고봉준 기자가 묻고,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KBO리그가 벌써 여름 레이스에 한창입니다.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찾아왔고, 장마철도 곧 눈앞인데요. 각 팀 역시 체력문제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여름철엔 어떤 식의 관리가 필요할까요.

A : 이제부턴 상대방과 싸움도 중요하지만 날씨와 싸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6월 하순부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습한 더위가 계속됩니다. 야외에서 경기를 치러야하는 선수들로선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장마철의 경우 경기가 들쭉날쭉 열리게 되면서 컨디션 유지 역시 어렵습니다. 연차가 쌓인 선수들은 이를 풀어나가는 노하우들이 있습니다. 소위 ‘루틴’이라고 하죠. 영양 섭취는 물론 수면과 휴식 등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여름철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 위 세 가지를 고루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선수들이 여름을 버틸 수 있다는 뜻이죠. 다만 팀에는 어린 연차의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리도 필요합니다. 우선 무더위 날씨에선 훈련 시간을 줄여야합니다. 이때 훈련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에어컨 바람이나 찬 음식 역시 각별히 조심해야합니다. 요새는 원정길 버스에서 대부분 얇은 외투라도 걸치게 하고 있죠. 여름철 감기엔 장사가 없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Q : 그래도 지금은 고척돔을 비롯해 여러 최신식 구장들이 생겨 땡볕과 지열 속에서 경기하는 일은 조금 줄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엔 대구, 무등 등 열악한 곳에서 게임을 치르느라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이 많았을 듯한데요.

A : 무엇보다 여름철 인조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날은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하늘에선 땡볕이 내리쬐고, 아래에선 지열이 올라오면서 몇 배 이상으로 힘이 듭니다. 현역시절 포수로 뛸 땐 고충이 더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프로텍터에 마스크까지 쓰고 풀타임을 소화하면 체중이 3~4㎏는 그냥 빠졌습니다. 특히 낮게임이나 더블헤더 경기는 말도 못합니다. 밥맛도 안 생기고, 말 그대로 죽음입니다. 장마기간도 마찬가지예요. KBO리그 초창기엔 배수시설이 열악해 외야에 개구리나 물방개가 뛰노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나오기도 했죠.

22일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를 앞두고 LG 히메네스가 머리에 물을 부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2일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를 앞두고 LG 히메네스가 머리에 물을 부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Q : 많은 팬들이 프로선수들의 보양식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초창기 일화를 들어보면 뱀, 흑염소, 장어 등 각양각색의 음식들로 체력을 보충했다고 하던데요. KBO리그 초창기와 현재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A : 과거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붕어, 장어, 뱀 같은 보양식을 챙겨먹는 선수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러한 음식을 잘 챙겨먹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웃음) 요새는 보양식보단 약을 신경 쓰는 선수들이 많아졌더군요. 비타민 계통을 비롯해 프로테인(단백질), 오메가3와 같은 영양제를 라커룸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선수단 식사도 많이 발달됐습니다. 과거에도 원정길 출장뷔페는 있었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트레이닝 파트입니다. KBO리그 초창기만 하더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컨디셔닝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죠. 그러나 최근엔 트레이닝 파트가 선수와 코치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매번 확인하면서 여름철 체력관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전보다는 운영이 한층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죠.

Q : 여름 레이스는 순위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도가 높습니다. 여름에 최종순위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A : 여름철 승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곧 선수들의 컨디션이 이때 떨어지면 극복하기 어렵다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초반에 체력이나 컨디션이 다운되면 그나마 회복 기회는 많지만, 여름철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되겠죠. 최근 삼성이 정규리그 5연패를 할 때 보면 늘 6~8월 성적이 좋았습니다. 이는 곧 선수 개개인은 물론 구단 전체의 체력 관리가 잘 갖춰져 있음을 뜻합니다. ‘컨디션 싸움’이 곧 순위싸움입니다.

Q : 2009년 KIA 사령탑 시절 통합우승 당시 7월(12승6패), 8월(20승4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순위싸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당시 운영의 묘가 궁금한데요.

A : 일단 6선발 체제로 전체 레이스를 이끌면서 마운드 체력 부담이 덜했다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장마철 선발 로테이션 운영법입니다. 장마철엔 들쭉날쭉 경기를 치러야하니 선발투수를 어떻게 투입하느냐가 감독으로선 최대 고민입니다. 여기선 팀 상황과 일정 등에 따라 선발진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느냐, 승부를 볼 것이냐 결정해야합니다. 승부처로 생각된다면 1~2선발을 더 가동시켜야하고, 후반부에 승부를 볼 생각이라면 아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합니다. 감독마다 운영의 묘가 중요한 시점이 바로 이때입니다.

정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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