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남자아이스하키 “목표는 평창, 큰 꿈 품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1일 05시 30분


이제는 평창! 2017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서 1부리그 승격권을 따낸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세계무대 중심에 섰다는 감격과 바짝 다가온 2018평창동계올림픽 선전을 향한 다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제는 평창! 2017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서 1부리그 승격권을 따낸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세계무대 중심에 섰다는 감격과 바짝 다가온 2018평창동계올림픽 선전을 향한 다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실업팀 3곳, 대학팀 5곳, 등록선수 233명. 아이스하키 변방 한국이 세계무대 한 가운데로 우뚝 섰다. 한국은 4월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서 역대 최고성적인 2위를 기록하고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강호들이 위치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으로 승격했다.

사진제공|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사진제공|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 빙판 위의 기적…변방에서 중심으로

대회 마지막 날에도 이변이 연출됐다. 한국은 29일 우크라이나와 최종전에서 슛아웃(승부치기)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연장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마이클 스위프트(30)와 신상훈(24)이 슛아웃에서 한 골씩을 올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전적 3승·1연장승·1패로 승점 11점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카자흐스탄과 승점이 같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를 확정짓고 대회 우승팀과 준우승팀에 주어지는 1부리그 승격권을 얻게 됐다.

우리보다 모두 세계랭킹이 높은 강호들을 상대로 써낸 드라마였다. 세계랭킹 23위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위치가 낮은 약체였다. 16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17위 오스트리아, 19위 헝가리, 20위 폴란드, 22위 우크라이나까지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1패만 안았을 뿐 나머지 국가들을 모두 제쳐 ‘키예프의 기적’을 완성시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아이스하키 변방이었다. 종목이 발달한 북미와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와 환경이 열악하다. 프로는커녕 실업팀조차 3곳(안양 한라, 대명 킬러웨일즈, 하이원)에 불과하고 대학 역시 5팀이 전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등록돼 있는 20대 이상 남자선수는 고작 233명. 국제대회 성적 역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직접 개최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마저 IIHF가 외국인 감독 영입, 귀화선수 충원 등을 간여하는 굴욕 끝에 얻어내야 했다.

그러나 2014년 7월 백지선(50)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은 환골탈태해 여러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컵을 두 번이나 들어올린 백 감독은 체득한 노하우와 전술을 선수들에게 전수했고, 국내선수들과 귀화멤버들(6명)이 조화를 이뤄 지금에 이르렀다.

사진제공|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사진제공|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 감독과 선수 모두 “이제는 평창”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 표정이었다. 일주일에 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었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은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환영인파에 들뜬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 감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선수단 모두가 노력해 이룬 결과였다”며 벅찬 감격을 표했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깁스를 한 채 카메라 앞에선 주장 박우상(32)은 “(1부리그 승격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우리도 외국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백 감독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백 감독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평창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목표로 정하겠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아이스하키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세계무대 중심에 선 한국은 올림픽 첫 1승을 목표로 다시 담금질에 나선다. 이달 중순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재활 및 보강훈련을 실시하고, 7월부턴 귀화선수들이 합류해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

인천국제공항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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