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무덤? 날 더 강하게 만들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1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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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야수 전준우(31). 스포츠동아DB
롯데 외야수 전준우(31). 스포츠동아DB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팀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왔다.”(롯데 전준우)

“군대에 있는 동안 정신적인 면도 많이 공부했다.”(SK 한동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진짜 사나이’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이들이 올 시즌 초반 개인 타이틀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롯데 외야수 전준우(31)가 돋보인다. 2014시즌을 마치고 다소 늦은 나이에 경찰야구단에 들어간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지난 시즌 말미에 복귀했다. 지난해 25경기를 뛰면서 타율 0.253(99타수 25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예열을 한 그는 올 시즌 초반 폭발적인 타격감을 발휘하고 있다. 10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0.371(35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 공동 2위에 타점 단독 1위. 이대호가 타율 0.464, 3홈런, 6타점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준우의 활약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쨌든 롯데 타선은 새롭게 가세한 전준우, 이대호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준우는 “군 시절을 보내고 또 제대를 하고 나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팀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왔다”며 “우리 팀에는 좋은 타자들이 많이 있어서 내가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 나오면 팀 성적도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늘 가족들의 배려와 이해가 나에게 큰 힘이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SK 한동민(28). 스포츠동아DB
SK 한동민(28). 스포츠동아DB

SK 한동민(28)도 주목할 만하다. 2012년 SK에 입단한 그는 2014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 시즌 말미에 SK에 합류해 6경기만 소화한 뒤 올 시즌 본격적으로 팀 타선에 가세했다. 그는 시즌 개막 후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지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가 선발출장한 6일 광주 KIA전부터 9일 NC전까지 4연속경기 홈런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에는 미달돼 있지만 0.450(20타수 9안타)의 고타율과 함께 홈런 공동 2위, 타점(8) 공동 5위다. 최정(5홈런 10타점)과 함께 화끈한 방망이쇼로 초반 비틀거리던 SK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한동민은 “상무에 있는 동안 기술적인 부분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면도 많이 공부했다”면서 “프로에서 야구 실력은 종이 한두 장 차이다.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실수를 하더라도 금방 털고 다음 플레이에 매진한다. 멘탈이 강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 중 NC 권희동도 올 시즌 출발이 순조롭다. 타율 0.440(25타수 11안타)으로 타격랭킹 3위에 오르며 자신을 중용하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역시 상무 출신의 KIA 김선빈은 타율 0.346(26타수 9안타)의 고타율에 수비에서도 핵심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를 지키면서 팀의 초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무 제대 후 지난 시즌엔 등록되지 않았던 삼성 김헌곤도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타율 0.321(28타수 9안타)로 맥이 빠진 삼성 타선에서 힘을 내고 있다.

경찰이나 상무가 아닌 공익근무요원으로 잠시 유니폼을 벗었던 선수들 중에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LG 신정락은 4경기에 구원등판해 4.1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으며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방어율 0.00을 기록 중이다. 1세이브1홀드. KIA 박지훈도 3경기에 구원등판해 2이닝 동안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1볼넷 2삼진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군대가 결코 무덤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전역자들. 이들이 수놓는 스토리가 2017 KBO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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