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박철우의 휘어진 손가락은 뜨거움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31일 05시 30분


삼성화재 박철우의 양 손가락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왼손 약지(왼쪽)는 주먹을 쥐면 불쑥 튀어나와있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바깥쪽으로 한참 휘어져있다. 박철우가 밟아온 여정은 물론 끊임없는 노력과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거친 두 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제공 | 삼성화재
삼성화재 박철우의 양 손가락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왼손 약지(왼쪽)는 주먹을 쥐면 불쑥 튀어나와있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바깥쪽으로 한참 휘어져있다. 박철우가 밟아온 여정은 물론 끊임없는 노력과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거친 두 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진제공 | 삼성화재
발레리나의 발, 레슬링선수의 귀처럼 배구선수의 손가락도 못생겼을 줄 알았다. 강력한 스파이크를 블로킹하려다간 아무리 테이프를 칭칭 감아도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배구선수들의 손은 멀쩡한 편이었다. 한 현역 감독은 “블로킹을 제대로만 하면 손가락을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아픔이 몸에 배겨야 할 터이다.

삼성화재 라이트 박철우(32)는 현역 국내선수 중 블로킹 능력에 관한 한, 최상위권에 꼽힌다. 이렇게 블로킹을 잘하는 박철우의 양 손가락은 비정상적으로 휘어졌다. 왼손잡이 박철우의 왼손은 주먹을 쥐면 4번째 손가락이 가장 튀어나오는 모양이 된다. 2010~2011시즌 포스트시즌 때 다쳤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바깥쪽으로 휘어졌다. 신인 시절에 다쳤다. 양 손가락에 모두 탈구와 인대손상을 입었다.

양 손가락이 장애에 가까운 상태임에도 박철우의 블로킹은 주저함이 없다. 박철우는 “배구선수로서 손가락 부상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배구를 열심히 해서 생긴 훈장이라고 생각하기에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삼성화재 박철우.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박철우. 스포츠동아DB

병역의무를 마치고 삼성화재에 복귀한 ‘2016~2017 NH농협 V리그’에서도 박철우는 53세트를 뛰며 27개의 블로킹득점과 24개의 유효블로킹을 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삼성화재에서 박철우의 사이드 블로킹은 공격력 이상의 무기로 작동한다.

삼성화재는 28일 대한항공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1위 대한항공을 잡고, 봄 배구 가능성을 키우는 큰 승리였다. 박철우(22점)는 타이스(33점)와 나란히 공격성공률 50%를 넘기며 55점을 합작했다. 삼성화재는 8-16으로 밀린 블로킹득점의 차이를 유효블로킹(15-13)에서 만회했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는 시(詩)에서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일갈했다. 박철우의 못생긴 손가락은 곧 배구를 향한 뜨거움의 증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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