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루키 황택의, KB손해보험을 개조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9일 05시 30분


KB손해보험 황택의. 사진제공|KOVO
KB손해보험 황택의. 사진제공|KOVO
프로스포츠에서 신인이 입단하자마자 주전을 꿰차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21)는 2016년 10월24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소속팀이 정해졌다. 이미 V리그 1라운드가 개시된 시점이었다. KB손해보험의 일본 전훈에 당연히 참가조차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KB손해보험은 1라운드 픽 황택의를 바로 주전세터로 기용했다. 시즌을 앞두고 준비한 팀 플랜 자체를 백지화시키고, 황택의를 선택할 정도로 당시 KB손해보험의 사정은 다급했다. 기존 세터진으로는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팀의 미래를 위해 황택의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인식의 결합이었다.

황택의는 기회를 잡자, 믿기지 않는 비범함을 곧바로 발휘했다. 37세 베테랑 세터 권영민을 대신한다는 중압감은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에서는 입을 모아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이답지 않은 의연함이 있다”고 말한다. 프로에서 살아남을 중요한 자질인 담대함에서 황택의는 타고 났다.

황택의의 가치는 18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전에서 빛났다. 그동안 미완으로 지적됐던 외국인선수 우드리스와의 호흡을 한 단계 올려놨다. 우드리스는 5세트까지 총 28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 48.97%를 찍었다. 황택의의 손끝에서 이강원(14득점), 김요한(5득점)의 레프트 공격수는 물론 이선규(10득점), 이수황(6득점)의 센터라인까지 살아났다.

황택의(16번) 등 KB손해보험 선수들이 18일 우리카드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구미|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황택의(16번) 등 KB손해보험 선수들이 18일 우리카드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구미|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황택의는 세터로서 드물게 서브도 강력하다. 190㎝의 큰 신장을 활용한 블로킹 능력도 좋은 편이라 후위와 전위에서 모두 활용성이 올라간다.

황택의를 앞세워 KB손해보험은 풀세트 대접전 끝에 예상을 뒤엎고, 우리카드를 3-2(25-21 23-25 25-23 15-25 15-12)로 잡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우리카드의 5연승을 저지했다. 아울러 시즌 4번째 맞대결 만에 금융라이벌 우리카드전 첫 승을 얻었다.

KB손해보험은 시즌 2연승에 성공하며 승점 29(9승15패)가 됐다. 4라운드에서 KB손해보험은 4승2패를 거둬 반등에 성공했다. 4라운드에서 얻은 승점만 12점이다. 봄배구 가능권이라 할 3위 우리카드(승점 41), 4위 한국전력(승점 39)과의 격차가 제법 크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황택의의 가세 이후 갈수록 탄탄해지는 KB손해보험이 후반기 V리그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구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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