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떠돌던 ‘차우찬의 LG행’이 확정됐다. 프로야구 LG는 14일 차우찬(29·사진)과 4년 총액 95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몸값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삼성이 차우찬에게 ‘4년 총액 100억 원+α에 2년 후 해외진출 조력’을 제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LG의 발표대로라면 차우찬은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원소속 팀 삼성을 저버리고 LG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LG 송구홍 단장은 “우리는 합리적인 선에서 조건을 제시했다. 차우찬과 협상을 하다 보니 LG를 선택한 배경이 돈이 아닌 다른 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또 “계약금과 연봉을 KBO에 제출하기 때문에 축소 발표가 아니라는 것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팬들의 의혹을 씻어 내기에는 부족했다. 이를 의식한 듯 송 단장은 발표액이 ‘최소 보장액’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95억 원+α’를 제시한 것이고 그 α는 삼성이 제시한 금액과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FA 계약 때 옵션을 포함한 총액으로 발표할지는 구단의 재량이다. 지난해 NC는 박석민을 영입할 당시 ‘옵션 포함 4년 최대 96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덕분에 박석민은 ‘역대 FA 최고액’이라는 명분과 함께 삼성 유니폼을 홀가분하게 벗을 수 있었다.
반면 올 시즌 최형우(KIA)는 국내 FA 시장 거대 계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0억 원을 깼다. 옵션 포함 금액이 100억 원을 훨씬 넘어선다는 게 야구계 주변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구단과 선수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비공식적인 추측’일 뿐이다.
LG가 축소 발표라는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도 ‘최소 95억 원 보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두 자릿수 승수의 선발투수에게 100억 원을 주는 것은 거품이라는 팬들의 시각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 ‘내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선발투수가 귀한 데다 이번 겨울 이후 앞으로 2년 동안은 FA로 풀리는 건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차우찬의 몸값 논란은 여론이 보는 ‘절대가치’와 리그 내에서 가치가 치솟은 희소 선발자원의 ‘상대가치’의 차이가 빚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원인 제공자인 삼성으로서는 차우찬을 뺏기긴 했지만 크게 손해 본 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박석민, 올해 최형우에 이어 차우찬까지 놓친 삼성으로서는 ‘구단도 이만큼 노력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팬들의 비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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