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야망 “준우승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5시 45분


전북현대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아인(UAE)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른다. 10년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노리는 최강희 전북 감독(왼쪽)은 줄곧 “우리의 소원은 아시아 챔피언”이라며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왔다. 스포츠동아DB
전북현대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아인(UAE)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른다. 10년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노리는 최강희 전북 감독(왼쪽)은 줄곧 “우리의 소원은 아시아 챔피언”이라며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왔다. 스포츠동아DB
2011년 ACL 결승전서 ‘분노의 안방패배’
최강희 감독도 선수들도 “이번엔 亞 제패”

올해로 창단 22돌을 맞은 전북현대가 2016시즌 내내 부르짖은 목표가 있다. 아시아 정상 등극이다. 전북 최강희(57) 감독은 줄곧 “우리의 소원은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말로 또 한 번의 역사창조를 강조했다.

그토록 바라던 절호의 찬스가 왔다. 전북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과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이날 반드시 승리해야 26일 원정 2차전을 좀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우승을 경험해보긴 했다. 2006년 전북은 알 카라마(시리아)를 결승 1·2차전 득점 합계 3-2로 물리치고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트로피를 가슴에 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2% 아쉬움을 느낀다. “아름답고 자랑스럽지만 허전함도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유는 분명했다. 10년 전 전북은 인프라·환경, 선수단 관리·운영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낙제점을 갓 넘어선, 지방의 ‘그저 그런’ 중소 클럽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금의 전북은 180도 다르다. 비록 승점감점의 여파로 올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위에 머물렀으나, 2005년 출범한 ‘최강희호’는 지금까지 6개의 우승트로피를 완주군 클럽하우스의 진열장에 전시했다. 성적에 더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빅클럽이 부럽지 않은 최신식 클럽하우스를 보유했고, 잘 꾸려진 유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또 최근 2년 연속 30만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2006년은 ‘소 뒷걸음질’로 어쩌다 우승했다. 이제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아시아를 제패할 타이밍이 된 것 같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올해처럼) 유독 맥을 추지 못한 상황도 다시 오지 않는다.”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전북의 경기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전북의 경기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챔피언 등극의 찬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부터 매년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면서 2011년 최고의 기회를 맞이했다. 알 사드(카타르)와의 결승전은 안방에서 펼쳐졌다. 당시에는 결승이 단판으로 치러져 ‘홈 극강’ 전북의 우승이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악몽이 찾아왔다. 전북의 고유 컬러인 녹색과 검정색 카드섹션을 펼친 4만 관중 앞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다. 당시 전북의 핵심 공격수 에닝요(35·브라질)는 엄청난 분노로 구토 증세를 보이더니 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그 때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음에도 딱딱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37)은 “한국선수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타이틀은 경험했는데, 챔피언스리그와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고 말한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만 통산 32골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에도 5골을 넣으며 ‘죽지 않는 노병’임을 입증했다.

그렇다고 알 아인이 결코 만만하진 않다. 2003년 초대 챔피언이자 준우승 1회(2005년), 4강 1회(2014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빼놓을 수 없는 중동의 강호다. 과거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한 태극전사 출신 이명주(26)가 있고, 2012런던올림픽과 지난해 호주아시안컵에서 맹위를 떨친 오마르 압둘라흐만(25) 등 중동의 실력자들이 버티고 있다. UAE대표팀 ‘황금세대’의 중심축으로 불린다.

어려운 상대를 만난 만큼 전북은 착실히 준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두철미한 마스터플랜으로 결전에 대비해왔다. 울산현대를 꺾은 2006년처럼, FC서울을 이번 대회 4강에서 완파(스코어 합계 5-3)해 자신감이 충만하다. 손에 거의 넣었던 클래식 우승트로피를 아쉽게 놓친 후유증도 완전히 털어냈다. 8골을 넣은 브라질산 윙 포워드 레오나르도(30)는 “준우승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는 내 운명”이라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전북이 아시아 정상에 서면 12월에도 일정이 계속된다. 일본 오사카, 요코하마에서 펼쳐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다. 일정상 첫 경기만 통과해도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만나게 된다. 부와 명예가 모두 주어진다. 녹색군단 특유의 ‘우승 DNA‘가 빛을 발할 때가 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