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임영아 과장 “유소년 단계부터 윤리 교육…프로스포츠 백년대계의 시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5시 45분


‘프로스포츠 부정방지를 위한 개선안’의 산파역을 맡은 임영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장은 “개선안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 프로단체와 구단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프로스포츠 부정방지를 위한 개선안’의 산파역을 맡은 임영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장은 “개선안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 프로단체와 구단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임영아 과장

선수들 의식 변화 한계…조기 교육 절실
신고센터 일원화…포상금 최대 2억 확대
구단·프로단체 책임 강화 제도적 보완도
정부, 프로스포츠 부정방지 개선안 마련
승부조작 폐해·심각성 알리는 것도 중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 프로스포츠 단체(5개 종목 8개 단체/한국프로스포츠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한국야구위원회·한국농구연맹·한국여자농구연맹·한국배구연맹·한국프로골프협회·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와 함께 ‘프로스포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7월부터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담특별팀(TF)을 운영해 부정방지 대책의 주요 과제를 도출한 뒤 프로스포츠 8개 단체 사무총장 협의체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임영아(42) 과장을 만나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도박 등 프로스포츠 부정행위 방지 대책과 함께 스포츠산업 육성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과거 승부조작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각 종목 단체 등이 나름대로 선수 소양교육에 힘썼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승부조작 방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수 개인의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예방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사후처벌 규정 등이 강화되더라도 선수 개인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다면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11년 승부조작 사건 이후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양교육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1년에 한두 시간 정도의 주입식 교육으로 이미 성인이 된 선수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승부조작 대책 TF에선 윤리의식이 형성되는 유소년 단계부터 스포츠 윤리의식 교육을 실시하고, 유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이수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이미 성인인 프로스포츠선수를 대상으로는 참여식 토론프로그램을 개발해 연간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수하지 않을 때 다음 시즌 리그 참가를 불허하는 내용을 프로스포츠단체 규약에 명시하도록 했다. 교육을 통한 개선은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프로스포츠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제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프로스포츠 부정방지를 위한 개선안’은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에 대한 근절 방안이 핵심이다. 다시 한 번 내용을 설명해달라.

“2011∼2012년 승부조작 이후 모든 프로단체에선 승부조작 해당 선수에 대해 영구제명을 원칙으로 처벌하는 등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근절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승부조작 관련 사건들이 발생했고, 프로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이 많이 실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팬들은 선수들뿐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프로연맹이나 구단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번 대책에는 프로스포츠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연맹들이 회원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특별상벌위원회를 두고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선수, 구단 및 프로스포츠단체에 대한 제재 수준(1심은 각 연맹 상벌위원회에서 결정)을 심의·결정하도록 하고, 각 리그 제재 규정의 제·개정 발의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그 외에도 한국프로스포츠 부정방지위원회를 설치해 기존 단체별로 운영되던 신고센터와 포상금제도를 일원화해 통합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포상금제도를 최대 2억원까지 확대·운영키로 했다. 또 단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암행감찰관제도를 관리·감독하도록 해 감시업무를 좀더 철저히 수행할 예정이다.”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임영아 과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임영아 과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개선안 중 하나는 구단 또는 단체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제재 강화다. 프로축구의 경우 그동안 구단에 대한 승점 징계 등의 전례가 있지만, 프로야구의 경우 문제 발생 구단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선안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 단체와 구단의 의지가 중요하다. 유소년 선수 등에 대한 스포츠윤리교육,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일도 있지만, 스스로 책임지고 선수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은 단체와 구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과 단체 입장에선 관리·감독을 열심히 하더라도 선수 개인이 일탈하는 것을 100% 모두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선안에는 선수들의 부정방지교육 미참여, 부정방지 사건의 묵인 등 구단의 선수 관리·감독의 소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해 구단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확보하려 했다. 또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내에 설치 될 통합상벌위원회에서 선수뿐 아니라 구단과 프로단체에 대한 책임을 심의·결정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향후 책임 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무부처 실무책임자로서 개선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땠는가.

“개인적으로는 내가 스포츠산업과장으로 온지 한 달 만에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도 미흡하지만, 그 때는 프로스포츠산업을 이해하기도 전에 사건이 발생해 많이 당황했다. 더구나 프로야구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종목이어서 걱정이 더 컸다. 그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를 지속하면서 승부조작을 근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됐다. 프로스포츠업계의 규정과 시스템을 고친다고 해도 불법 스포츠도박이 성행하는 한 항상 승부조작의 유혹이 있을 것이라는 점과 이러한 이유로 구단과 연맹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이 개선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계속 문제로 제기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승부조작 근절에 대한 각 단체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방법을 모색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동아는 지난해부터 문체부와 함께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해 5월부터 진행한 시즌2 캠페인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불법 스포츠도박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국민에게 그 위험성과 폐해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스포츠동아에선 지면을 통한 기획기사는 물론이고 프로야구 스타들이 참여하는 사인회 등을 개최해 현장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였다. 공익적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의 폐해와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산업과장으로서 프로스포츠 발전 및 스포츠산업 육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스포츠 및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프로스포츠와 스포츠산업은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작단계의 산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프로스포츠를 도입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의 경우 관객 800만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등 관련 산업은 성숙되지 못한 상태다. 국민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주고 화합의 역할을 하는 스포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산업화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스포츠산업이 제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포츠와 타 산업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 에이전트제도 도입 등 프로스포츠산업의 선진화 및 체육용품을 생산하는 강소기업 지원 등의 사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콘텐츠 분야에 비해 예산이나 지원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청년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갖고 있는 스포츠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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