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멘탈게임, 절대 변치않는 단기전의 법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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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왼쪽 두번째)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4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수비로 인정받기 시작한 오지환도 급한 마음에 바운드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기전은 멘탈게임’이라는 법칙을 보여준 좋은 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오지환(왼쪽 두번째)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4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수비로 인정받기 시작한 오지환도 급한 마음에 바운드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기전은 멘탈게임’이라는 법칙을 보여준 좋은 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츠에서 단기전은 기술보다 정신적인 면이 많이 작용한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다.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실책과 주루사가 속출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LG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은 ‘단기전은 멘탈게임’이라는 말을 증명한 한판이었다. 0-0으로 맞선 4회 2사 2·3루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른 오지환(LG), 8회 평범한 뜬공을 놓쳐 위기를 자초한 김선빈(KIA), 상대 폭투 때 발이 느린 1루 주자 유강남을 3루까지 보내려다 흐름을 끊은 LG 유지현 주루코치 모두 마음이 앞선 탓에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예다. 정규시즌 LG 상대 방어율 4.15로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했던 헥터 노에시(KIA)의 7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2015 시즌 두산. 스포츠동아DB
2015 시즌 두산. 스포츠동아DB

● 2015시즌 두산도 멘탈게임의 승자

단 1경기로 흐름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단기전은 정규시즌과 견줘 긴장감의 차원이 다르다. 한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내일이 없는 야구도 단기전에선 도박이 아닌 승부수가 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즐기는 팀은 승승장구하고, 부담감에 사로잡힌 팀은 무너졌다. 2015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두산이 좋은 예다. NC와 PO(5전3선승제)에서 1승2패로 몰렸을 때도 의연했다.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혀 부담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가 잃을 것이 있냐”던 김현수(볼티모어)의 말이 딱 맞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위에서 기다리는 팀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 결과 KS에서 삼성을 4승1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반대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도박 파문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삼성은 1승 후 4연패로 무너졌다. 핵심 투수 셋의 공백에도 ‘여전히 강팀’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분위기 싸움에서 두산에 완전히 밀렸다.

두산 시절 김현수-삼성 최형우(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두산 시절 김현수-삼성 최형우(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상대전적이 뭐예요?

단기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지표는 상대전적이다. 정규시즌 맞대결 결과와 특정 선수 상대 성적이 그것이다. PS를 ‘킬러 전쟁’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했던 면모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이는 최상의 결과다. 그러나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2008년 정규시즌 타격왕 김현수(0.357)가 그해 PS에서 20타수1안타(0.050)에 그친 것, 지난해 타율 0.318을 기록했던 최형우(삼성)가 KS에서 21타수2안타(0.095)로 부진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 클라이막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1차전에서도 상대전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소프트뱅크 선발 센가 고다이는 정규시즌 지바롯데전 7경기에서 4승, 방어율 2.36으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1회부터 홈런 2방을 맞고 흔들리며 초반 분위기를 넘겨줬다. 팀의 4-3 승리로 한숨을 돌렸지만, 단기전에서 상대전적은 크게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경기였다. 23세로 젊은 센가가 단기전의 첫판에 나선다는 부담감에 흔들렸던 것이다. 이는 경험의 차이와도 연결된다. 단기전에서 베테랑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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