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s LG 와일드카드 1차전, 경험과 수비력이 승부 갈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2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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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 때마다 승부를 가를 변수로 빠지지 않는 게 '경험'과 '수비'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도 그랬다. 리빌딩 중인 두 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KIA의 4-2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 역시 경험과 수비의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경험 부족을 드러낸 대표적인 장면은 LG의 1회말 공격 때 나왔다. 이천웅의 안타와 박용택의 볼넷 등으로 만든 2사 1, 3루에서 5번 타자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KIA 선발 투수 헥터는 1, 2구를 볼로 던지며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진 헥터가 이 때 던질 수 있는 공은 직구밖에 없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은 한 가운데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헛스윙을 하더라도 여전히 볼카운트의 여유가 있다. 경험 많은 타자라면 큰 거 한 방을 노릴 만했다.

그런데 채은성은 번트 동작을 하면서 한가운데 직구를 그냥 흘려보냈다. 4구째 바깥쪽으로 흘러 가나는 공에는 뒤늦게 헛스윙을 했다. 좋은 공을 놓친 채은성은 결국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채은성은 올해 외야수 주전 자리를 꿰찬 신예 선수다. 2년 전 플레이오프 때 3타석에 들어선 게 포스트시즌 경험의 전부다. 채은성이 경험 있는 타자였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이다. LG가 선취점을 냈더라면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쪽은 LG였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1회초부터 김주찬의 평범한 땅볼을 더듬는 실책을 했다. 선발 투수 허프가 후속 타자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오지환은 4회 또 한 번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2사 2, 3루에서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린 것. 이 사이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에 비해 지난 달 상무에서 제대한 KIA 유격수 김선빈은 두 차례의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2회말 1사 1루에서 유강남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해 병살타로 연결했고, 4회말 1사 사루에서도 채은성의 안타성 타구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했다. KIA는 6회 나지완의 희생플라이와 8회 김주찬의 적시타로 점수를 4-0으로 벌렸다.

LG도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회말 김선빈이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실책을 하는 사이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후속 타자 유강남이 적시타를 쳐내 한 점을 추격했고, 무사 1, 3루의 기회를 이어갔다. 구원 투수 고효준의 폭투 때 3루 주자 이병규(7번)가 홈을 밟아 한 점을 더 따라갔다. 하지만 1루 주자 유강남이 무리하게 3루까지 뛰다가 객사하면서 좋았던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4-2로 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한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히메네스를 투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는 등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된 헥터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양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은 11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정규시즌 3위 넥센과 플레이오프 행을 다투게 된다.

양 팀 감독의 한마디

▽양상문 LG 감독
유강남과 채은성의 좋았던 타구가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로 병살 처리됐던 게 가장 아쉬웠다. 김선빈이 좋은 수비를 했다. 유강남의 주루사가 중요할 때 나왔다. 좀 더 차분히 하라고 주문했다. 임정우나 정찬헌은 내일 경기가 있기 때문에 불펜은 우규민 김지용에서 마무리 지었다. 내일은 류제국 뿐 아니라 소사까지 다 던질 준비를 하겠다.

▽김기태 KIA 감독
헥터가 잘 던져줬고 (2번 타자로 나선) 필이 출루를 잘 해줬다. 김호령, 노수광, 김선빈이 포스트시즌은 처음인데 좋은 수비를 많이 했다.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가 결정적일 때 나와서 좋았다. 헥터는 상황에 따라 완봉까지 생각했는데 8회 LG 타선이 좋아져 결국 윤석민까지 투입하게 됐다. 양현종까지 투입하지 않은 게 오늘의 큰 수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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