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뿌린 축구씨앗…감독님, 고맙습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7일 05시 45분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불과 52세를 일기로 26일 별세했다.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갈 수많은 선수들을 길러낸 이 감독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한국축구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스포츠동아DB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불과 52세를 일기로 26일 별세했다.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갈 수많은 선수들을 길러낸 이 감독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한국축구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스포츠동아DB
■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백혈병 투병중 별세

2000년부터 유소년축구 지도자 생활
28년 만에 인천AG 금메달 이끈 명장
슈틸리케 “귀중한 분 보내 안타깝다”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26일 별세했다. 불과 52세다. 많지 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 감독의 비보로 한국축구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 1월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이 감독은 이날 새벽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김포통진고, 중앙대를 졸업한 고인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유공, 수원삼성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1996년 수원삼성의 창단 후 첫 정규리그 1호 골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프로 11년간 통산 266경기에 출전해 36골·21도움을 기록했다. 선수시절 올림픽대표와 유니버시아드대표, 국가대표 2진으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2002년 15세 이하(U-15) 대표팀을 시작으로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역임했다. 2011년 U-20 월드컵 16강,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우승, 2013년 U-20 월드컵 8강 등의 호성적으로 한국축구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지도자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고인은 7전승으로 28년 만에 한국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끌며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존경을 받은 고인은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손흥민(토트넘), 김진수(호펜하임), 이종호(전북), 윤일록(서울), 임창우(알 와흐다), 장현수(광저우 푸리), 권창훈(수원삼성) 등 지금 한국축구의 동량으로 자리매김한 수많은 선수들을 길러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자연스레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갑작스러운 병마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1월 태국 킹스컵 대회 참가 도중 컨디션이 악화돼 급거 귀국한 뒤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통원치료와 요양을 하며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국가대표팀 감독도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이 감독뿐 아니라 가족, 지인들, 이 감독과 함께 했던 지도자와 선수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대한축구협회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귀중한 분을 먼저 보내드려야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02-3410-6905)에 마련됐고, 발인은 28일 오전 9시30분이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스카이캐슬분당. 유족으로는 부인과 1남1녀가 있다.

고 이광종 감독

▲출생=1964년 4월 1일(경기도 김포)
▲출신교=김포 통진고∼중앙대
▲프로선수 경력=유공(1988∼1995년), 수원삼성(1996∼1998년), 통산 266경기·36골·21도움
▲대표선수 경력=올림픽대표(1985년)∼유니버시아드대표(1987년)∼국가대표 2진(1987년)
▲지도자 경력=U-15 대표팀 감독(2002∼2003년), U-19·U-20 대표팀 수석코치(2002∼2005년·2004년 AFC U-19 선수권대회 우승), U-16·U17 대표팀 감독(2008∼2009년·2009년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8강), U-19·U-20 대표팀 감독(2009∼2013년·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2012년 AFC U-19 챔피언십 우승·2013년 터키 U-20 월드컵 8강), U-23 대표팀 감독(2013∼2014년·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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