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고프다”…정규리그 우승한 두산의 ‘대기록’ 욕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17시 20분


9개 구단이 보기에 두산은 배가 부르다. 두산은 올 시즌 10승부터 90승까지 10승 단위의 승리를 항상 선점했다. 이전까지 유일하게 90승 이상을 거뒀던 현대는 2000년 20승부터 90승까지를 차례로 선점했지만 10승 때는 삼성에 한 발 늦었다. 올 시즌 압도적 선두를 달리던 두산은 22일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두산은 이제 단기전으로 벌어지는 가을야구를 대비해 다양한 작전카드를 점검할 수 있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22일 우승을 확정지은 뒤 남은 시즌 경기 운용에 대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 기존 선수들에게 휴식이 많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진은 한 번 정도는 돌릴 생각이지만 투구 수는 달라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전들이 나가되 백업 선수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은 조금 다르다. 두산은 아직 배가 고프다. 두산은 2000년 현대(91승)가 세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16년 만에 갈아 치우려 하고 있다. 21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도 충분히 감격적인 결과지만 '프로야구 최다승 팀'이라는 타이틀도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사의 한 획을 긋는 대기록을 탐내지 않을 구단은 없다.

올 시즌 두산의 최다 연패가 4연패에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신기록 탄생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김 감독의 문제는 그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혹여 연패라도 당하면 감독과 선수는 물론 구단까지 조급해진다. 일단 91승을 따놓고 한숨 돌리는 게 모두가 속 편한 길이다.

배가 고프기는 두산의 에이스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21승을 쌓은 니퍼트는 이제 1승만 더하면 외국인 최다승(22승) 타이기록을 세운다. 그렇게 되면 이미 가시권에 들어온 최우수선수(MVP)상을 확실하게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두산은 다음달 8일까지 띄엄띄엄 경기가 있어 니퍼트는 선발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많게는 3번까지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외국인 최다승 기록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 약속한 우승을 지키겠다는 목표의 절반만 이뤘다. 자만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잘 메워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1년 만의 통합우승을 이룬 두산은 이제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승, 외국인 최다승까지 '대기록 3둥이'를 모두 품에 안는 꿈을 꾸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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