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전북의 힘…① 전략적 포기 ② 팀 위한 희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30일 05시 45분


전북현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1·2위 맞대결에서 3-1 완승을 거둔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북이 개막 후 무패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전략적인 ‘포기’와 함께 팀을 위한 ‘희생’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상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전북현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1·2위 맞대결에서 3-1 완승을 거둔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북이 개막 후 무패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전략적인 ‘포기’와 함께 팀을 위한 ‘희생’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상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서울전 ‘닥공’ 대신 ‘선 수비-후 역습’
선수 출전도 팀 우선한 ‘선택과 집중’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전북현대는 ‘무적’이다. 정규리그 28라운드까지 무패(17승11무·승점62)를 달리며 단독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어떤 변수도 전북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 외풍이 거세질수록, 야유가 커질수록 내부 응집력을 끌어올릴 뿐이다. 뿌리를 내리고 더욱 단단해진다. 조금 성급할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사상 초유의 ‘무패 우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위 FC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8라운드는 전북의 힘을 확실히 증명한 한 판이었다. 이 경기를 잡으면 전북과 격차를 승점 7까지 좁힐 수 있던 서울 황선홍 감독은 “사실상의 결승”이란 표현으로 필승의지를 보였지만 가장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3-1로 이긴 전북은 우승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전북은 ‘추격자’ 서울과의 올 시즌 3차례 승부를 모두 잡았다. 2014·2015시즌 클래식 2연패에 성공한 당시에도 전북은 2위 수원삼성과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2위권, 라이벌전은 이겨야 우승경쟁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이를 지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승리 요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과감한 포기’가 인상적이었다. 올해 2번째 대결인 7월 20일 서울 원정(3-2)에서 전북은 이재성-김보경으로 구성된 중원으로 재미를 봤다.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서울을 괴롭혔다. 그런데 3번째 대결은 달랐다. 허리 중앙의 힘을 줄이고 측면을 강화했다. 철저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이었다. 전북 고유의 팀컬러인 ‘닥공(닥치고 공격)’도 포기한 채 빠른 역공으로 상대를 몰아쳤다. 수비에 깊숙이 가담하던 좌우 날개 레오나르도-로페즈의 스피드에 서울은 녹아 내렸다. 최 감독은 “상대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못하게 해야 했다. 서울은 측면에서 시작되는 공격이 좋다. 이를 차단했고 작전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보는 재미를 버렸는데도 충분히 흥미진진했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여기에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초에도 전북은 언제나처럼 꾸준한 전력보강에 임했다. 전방에 무게가 실렸다. 고무열∼로페즈 등 윙 포워드와 김신욱∼이종호 등 스트라이커들이 합류했다. 여름이적시장에서는 에두가 컴백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공격진용에 희생은 불가피했다. 누군가 뛰면 또 다른 누군가는 호출을 기다려야 했다. 서울 원정에서 김신욱이 선발로 나섰고, 이동국∼이종호∼에두 등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최 감독이 “이럴 때는 부상자도 없다. 팀을 위한 희생을 선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잘 해주고 있다. 차라리 경기수가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할 정도다. 희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격수가 골 욕심만 내는 건 아니다. 때론 자신을 버린다. 서울 수비의 중심인 곽태휘∼오스마르는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드는 김신욱을 차단하느라 다른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었고, 득점은 전부 김신욱의 주변에서 나왔다.

전북 2선을 책임진 김보경은 “동료 모두가 책임의식이 강하다. 내가 꼭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주연이고, 조연인 전북은 강할 수 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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