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반쪽 저니맨’ 마크 트럼보의 오뚝이 인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9일 05시 30분


볼티모어 마크 트럼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마크 트럼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몹시 분해 이를 갈며 속을 썩인다는 의미인 ‘절치부심’이란 단어는 생애 첫 홈런왕을 노리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강타자 마크 트럼보(30·사진)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28일(한국시간)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트럼보는 시즌 39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013년에 수립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보다 5개나 많은 것으로, 지금 추세라면 50홈런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이날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드윈 엔카르나시온이 36홈런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어 홈런왕 등극을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딛고 빅리그 최고의 거포로 올라 선 트럼보는 늘 실력에 비해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던 대표적인 선수다. 올 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트럼보는 타선 보강을 노리는 많은 팀들의 영입 대상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 미완성 프랜차이즈 스타

1986년 LA 에인절스의 홈구장이 위치한 애너하임에서 태어난 트럼보는 어린 시절 미네소타 트윈스의 필 휴즈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브랜든 반스 등과 함께 야구를 하며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투수와 내야수로 활약하며 투수로 10승2패(방어율 2.20), 타자로 타율 0.425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8라운드에서야 이름이 호명됐다. 533번째로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그가 메이저리그에 오르기까지는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싱글A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트리플A 시절이던 2010년에는 홈런 36개를 쏘아 올리며 무려 122타점을 기록했다.

2011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트럼보는 149경기에 출전해 29개의 홈런을 때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고 32홈런, 95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루키로서 타율 0.326, 30홈런, 83타점을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과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둥지를 옮긴 앨버트 푸홀스도 그해 30홈런과 105타점을 쓸어 담아 에이절스의 중심 타선은 그야말로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2013년에는 한술 더 떠 34개의 홈런을 때리며 생애 처음 100타점까지 기록해 장밋빛 미래가 트럼보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고향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꾸던 트럼보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막강 타선에 비해 투수력이 형편없었던 에인절스가 삼각 트레이드로 트럼보를 애리조나 디백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이때 에인절스가 보강한 투수는 헥터 산티아고(현 미네소타 트윈스)와 타일러 스캑스였다.

볼티모어 마크 트럼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마크 트럼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반쪽짜리 저니맨

애리조나로 이적한 2013년은 승승장구하던 트럼보에게 최악의 시즌이 됐다. 2013년 160경기에서 타율 0.302, 36홈런, 125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등극한 폴 골드슈미트와 막강 타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발에 피로 골절부상을 입은 트럼보는 88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35, 14홈런에 그쳤다. 골드슈미트 역시 109경기에만 나서며 홈런이 19개로 줄어들었다. 2013년 두 선수의 홈런은 무려 70개였지만 정작 팀메이트가 된 후에는 33개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15년 시즌 도중 트럼보는 시애틀 매리너스도 다시 트레이드됐다. 에인절스가 트라웃과 푸홀스를 믿고 트럼보를 내보냈던 것처럼 디백스는 골드슈미트에게 팀의 미래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시애틀에서의 생활도 편치 않았다. 수비 실력이 좋지 않음에도 팀의 사정에 따라 1루수, 좌익수, 우익수를 전전했다. 팀에서 기대했던 방망이도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지난해 애리조나와 시애틀에서 때린 홈런은 22개. 타율도 낮은 데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2년간 36개의 홈런을 친 트럼보에 대한 스토브리그 시장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었다.

● 인생 역전을 꿈꾸며

트럼보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볼티모어의 간판타자는 트럼보와 동갑내기인 크리스 데이비스로 2013년 53개, 2015년 47개의 아치를 그려 홈런왕에 두 차례나 오른 슬러거다. 볼티모어 구단은 FA 자격을 얻은 데이비스를 붙잡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보험용으로 트럼보와 1년 915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7년 1억6100만달러의 조건에 합의하며 데이비스가 볼티모어 잔류를 선언했다. 데이비스와 포지션이 겹치는 트럼보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게다가 볼티모어는 좌타자인 김현수와 페드로 알바레스까지 영입해 주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문 트럼보는 실력으로 시련을 정면 돌파했다. 출발이 좋았다. 4월에 홈런 6개와 19타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정교함이 떨어지는 약점마저 타율 0.337로 극복했다. 붙박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5월에는 9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별다른 슬럼프를 겪지 않고 꾸준히 홈런포를 쏘아 올려 생애 두 번째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영예도 안았다. 32홈런의 데이비스와 31홈런의 매니 마차도와 펼치고 있는 선의의 경쟁도 트럼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28일 현재 볼티모어의 팀 홈런은 202개로 단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토론토 블루제이스보다 16개나 더 많은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아직 시즌이 한 달여 남아 있지만 거포 트럼보의 내년 시즌 행보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이비비스에 이어 24살의 야구 천재 매니 마차도와 장기 계약 체결이 최우선 과제인 볼티모어 구단 사정상 FA 대박을 터뜨리며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커 보인다. 지난해 볼티모어에서 홈런왕에 오른 후 시애틀 매리너스와 4년 57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넬슨 크루즈처럼.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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