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男농구대표팀,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8강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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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20년 전 1996년 애틀랜타 대회가 마지막이다. 2000년 중국을 꺾고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던 방성윤(전 SK) 등이 ‘황금 세대’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아시아를 벗어나면 힘을 못 썼다. 20년 동안 남자농구의 국제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8년 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남자농구 ‘미래의 황금세대’ 17세 이하 대표팀이 29일 스페인 사라고라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중국을 75-7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농구가 청소년과 성인 대표팀을 통틀어 FIBA 주관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대한민국농구협회(전 조선농구협회)가 1947년 FIBA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이날 종료 1분 55초를 남기고 중국에 자유투 2개를 내줘 72-70으로 쫓겼지만 신민석(군산고)이 2점 슛과 자유투 1개를 추가하며 승리를 지켰다. 한국은 가드 이정현(군산고)이 양 팀 최다인 25점을 넣었고 센터 양재민(경복고)과 신민석이 나란히 18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도 프랑스와 도미니카를 연파하며 2승 1패를 기록했었다. 성인 대표팀 FIBA 랭킹은 프랑스 5위, 도미니카 18위, 한국은 30위다.

한국은 이 대회가 출범한 2010년 12개국 가운데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고 2012년에도 11위에 그쳤다. 참가국 수가 16개국으로 늘어난 2014년 대회에서는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FIBA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4년 만에 이 대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한국의 이정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평균 23.0점을 기록하며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도움은 경기당 평균 4.8개로 전체 1위다. 프랑스와의 조별리그에서 32점을 쏟아 부었던 양재민도 평균 17.5득점으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재민은 최근 스페인 프로리그에서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박건연 MBC 해설위원은 “과거에 보면 때 곧잘 하던 어린 선수들이 잔재주(기술)를 부리다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키가 크면서도 기본기를 갖췄다. KBL(한국농구연맹)의 유소년 육성 사업이 이제야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선수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유심히 봐 왔는데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황금세대라고 할 만하다. 특히 양재민, 신민석, 이정현 등은 주목할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2년 전 중학 농구는 군산중과 삼선중의 대결이 볼만했다. 두 학교는 네 개의 전국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군산중에 신민석과 이정현이, 삼선중에 양재민이 있었다.

한편 이번 대회 8강전은 한국-미국, 터키-캐나다, 리투아니아-프랑스, 스페인-호주의 대결로 압축됐다. 한국은 다음달 1일 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세계 최강 미국과 준준결승을 치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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