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키워낸 ‘한화골프단 뚝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3일 05시 45분


신지은. 사진제공|LPGA
신지은. 사진제공|LPGA
2013년 영입 후 꾸준한 투자 우승 결실
시즌 2승 노무라도 한화골프단의 보배
美 전훈 등 통 큰 투자…올해 3승 합작


“덩치는 작았지만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근성이 보였다.”

김상균 한화골프단 감독이 신지은(24)을 처음 본 건 10년 전이다. 2006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그를 보고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뒀다.

한화는 2011년 골프단을 창단했다. 김 감독은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골프단을 이끌고 있다. 첫 해 5명으로 출범했다. 유소연, 윤채영, 임지나 등이 창단 멤버다. 그러나 한화골프단은 2년 만에 판을 새로 짰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유망주들을 발굴해 큰 선수로 육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김 감독은 2013년부터 유망주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오래 전 눈여겨봤던 신지은을 영입했다.

2011년 LPGA에 데뷔한 신지은은 기대와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첫해 상금랭킹 55위에 그쳤다. 그러나 해마다 조금씩 성장했다. 2012년에는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준우승하면서 상금랭킹을 30위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한화골프단의 멤버가 됐다. 상금랭킹 43위로 부진했지만 2014년 21위, 2015년 26위로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올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135번째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에 성공했다.

한화골프단에는 신지은 같은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24·한국이름 문민경)다. 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와 고교시절 한국에서 살았다. 일본말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고, 한국에 친구도 더 많다. 하지만 국적으로 인한 편견은 그에게 그늘이었다. 한화골프단은 노무라 하루의 장래성 하나만 봤다. 노무라는 한화골프단의 모자를 쓴 뒤부터 승승장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화골프단에서 우승을 가장 많이 한 선수가 됐다. 작년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올해는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과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2승을 차지했다.

한화골프단은 국내의 여타 프로골프단과 다른 행보를 많이 했다. 특히 과감하고 통이 큰 투자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투어 경비를 지원하는 건 기본이고, 대회장에는 이동 피트니스센터까지 배치해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나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소속 선수 전원이 미국에서 약 2개월 동안 함께 지옥훈련을 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1승에 그쳐 주위에선 투자 대비 실속이 없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망주를 선발해 지속적인 투자를 펼친 결실이 우승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8명(윤채영·신지은·김지현·이민영·지은희·김인경·노무라 하루·시드니 마이클스)으로 팀을 꾸렸다. 그리고 3승을 합작했다. 한화골프단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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