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0.778…두산을 춤추게 한 ‘실용주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6일 05시 45분


지금 우리는 ‘두산시대’의 정점이 아니라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두산야구의 저력은 특정인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지금 우리는 ‘두산시대’의 정점이 아니라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두산야구의 저력은 특정인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 김현수 없이도 잘 나가는 두산의 원동력

권한의 효율적 분할…현대야구 최적모델
필요 자원만 FA영입…프런트 투자도 현명
‘실력 제일’ 김태형 감독의 신바람 리더십


많은 사람들이 두산이 잘할 줄은 알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 두산은 25일까지 승률 0.778(14승4패1무)로 KBO리그 4월 판도를 지배하고 있다. 더 음미해야할 점은 승률 자체보다 두산이 이기는 팀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두산은 강팀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 두산이 보여준 강팀의 조건

타 팀 관계자는 “두산이 부러운 이유는 매년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추고 시즌에 들어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팀 플랜을 잊지 않는 게 두산의 저력이다. 두산이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구단이 아님을 고려할 때 더욱 놀라운 건 ‘밸런스’다. 권한의 집중이 아니라 효율적 분할을 중시하는 현대야구 트렌드에 적합한 모델이라 할만하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24일 “2013시즌이 끝난 뒤 최준석(롯데), 이종욱 손시헌(이상 NC) 3명을 FA 시장에서 잃었을 때 비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구단의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회고했다. 두산 프런트는 팀에 끊임없이 순환을 주는 기조를 택하고 있다. 프런트의 현명한 의사결정이 쌓이며 두산 야수진은 KBO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두터우면서 동시에 평균연령이 무척 어리다. 투수친화적 잠실에 최적화된 야수진이다.

전통적으로 두산은 왼손투수가 귀했다. 이 약점을 두산은 밖에서 찾지 않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내부 육성으로 돌파했다. 왼손불펜을 키웠고, 결정적 순간엔 FA 좌완선발 장원준(30)을 영입했다. 그 결과가 2015시즌 우승이었고, 올해 김현수(28·볼티모어) 없이 이뤄낸 1위 독주채비다.

화수분야구의 화룡점정, 김태형 리더십

두산 김승영 사장은 “김태형 감독을 더 빨리 감독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김 감독의 리더십이 팀 두산에 긍정적으로 침투했다는 뜻이다. 거침없는 성격의 김 감독이지만 메시지는 간결하고, 용인술은 실용적이다. 한마디로 실력제일주의다. 자율을 주되 ‘원팀’에 방해가 되는 존재에게는 가차 없다. 외국인선수도 예외일 수 없다. 김 감독이 팀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자 원래부터 리버럴했던 두산 팀 문화에서 서열에 근거한 ‘기득권’이 더 엷어졌다. 밝은 분위기에서 어린 선수도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 문화가 만들어지자 활력이 더 강하게 돈다.

두산의 불안요소로 꼽힌 김현수의 공백은 막상 뚜껑을 열자 ‘허구’일 뿐이었다. 오히려 기회를 잡으려는 선수들의 의욕이 더해지며 팀에 대안이 쏟아지고 있다. 오재일, 김재환, 박건우 등이 김현수, 홍성흔, 닉 에반스 등을 대신하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안정감이 짙어진 김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신경 쓰겠다”며 기용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동기부여를 극대화하는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다. 프런트가 팀의 장·단기 팀 플랜을 설계해 자원을 확충하고, 감독이 건강한 팀 분위기를 만든다. 그 바탕에는 협업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무오류를 확신하며 단기성과에만 집착하는 특정인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전근대적 통치술의 폐해를 목도하는 지금, 두산의 쾌속질주는 더욱 강렬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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