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기자의 파넨카 킥]승승장구 대표팀, 풀 죽은 풀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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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올림픽대표팀 무실점 행진… 기록상 완벽하나 측면수비 불안불안
선수들 소속팀 주전경쟁서 밀리면서… 경기력 하락… 팀 공격까지 악영향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기록한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슈틸리케호’와 알제리를 상대로 무실점 2연승을 거둔 올림픽 대표팀 ‘신태용호’.

기록만 보면 완벽하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를 지켜본 축구인들은 “이겨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한다.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의 측면이 무너지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기 때문이다. 이영표, 차두리 등이 대표팀 측면 수비로 활약할 때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어서 실망감은 더 컸다. 대표팀 사령탑들도 모르지 않는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측면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공을 흘리고 패스 미스를 하는 등 불안했다”고 말했다.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신태용 축구’의 핵심인 측면 수비수들이 제 몫을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A대표팀은 독일에서 활약 중인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가, 올림픽 팀은 K리거 이슬찬(전남) 심상민(FC서울)이 측면 수비를 맡았다. 포백 수비를 쓸 때 측면 수비수들은 전술의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때는 상대 측면으로 침투해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역할까지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경기 감각이 떨어진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은 매끄러운 공격을 하지 못했고, 상대 공격수에게도 쉽게 돌파를 허용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팀에 돌아가서 경기를 좀 뛰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내가 손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 감각 회복은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상윤 건국대 감독은 “몸이 즉시 반응할 수 있도록 실전을 통해 감각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기량이 아무리 좋아도 경기를 뛰지 못하면 감각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측면 수비를 담당했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개인의 노력과 전술적 변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측면 수비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 개인 훈련량을 늘려야 한다.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 전체의 유기적 움직임을 강조한 그는 “측면에서 위기가 왔을 때 수비수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들도 수비에 가담해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에 자신도 현재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과 같은 고충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이 해설위원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전 세계에서 온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과 경쟁한다. 선수는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주전 경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이 이를 극복했을 때는 분명 정신력과 경기력 모두에서 발전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올림픽 대표팀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있다. 연이은 승리 속에서도 질타를 받고 있는 측면 수비수들이 부진에서 탈출해 대표팀 측면의 화려한 날개로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국가대표#측면수비#김진수#박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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