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라인업’ 차트서도 사라진 김현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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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시범경기 또 제외 구단 홈피서도 아웃
볼티모어, 언론 통해 ‘마이너행’ 압박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은 3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디트로이트와 시범경기를 치렀는데 외야수를 총 6명 기용했다. 그러나 끝내 김현수(28)는 외면했다. 반면 개막 25인 로스터를 확정한 김현수의 경쟁자 조이 리카드는 8회 우익수로 교체 출장해 9회 2사 후 타석에까지 들어섰다. 좌익수를 바꿀 때도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아니라 훌리오 보본을 넣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경기를 쭉 지켜봤는데 딱 한 번 카메라가 김현수를 비쳐줬다. 그때 방송에서 ‘김현수는 내일(4월 1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이다. 인터뷰는 거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말 내려가는 것인지, 볼티모어 구단의 희망사항을 전달한 것인지 불분명했다.

이미 쇼월터 감독은 지역 언론에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수용할 때까지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31일 볼티모어 공식 홈페이지는 예상 라인업에 해당하는 ‘뎁스 차트’에서 김현수를 제외했다. 종전까지 김현수가 주전 좌익수로 표기돼 있었는데, 리카드로 바뀌었다. ‘김현수를 완전히 전력 외로 분류한다’는 상징적 조치다. 심지어 ‘트리플A 노포크에서도 김현수의 자리가 없다’는 예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엄연히 계약서에 보장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유한 선수를 볼티모어의 단장, 감독은 전방위 언론플레이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 볼티모어의 전례를 찾기 힘든 ‘소속팀 선수 때리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개입 움직임마저 포착된다. 그러나 볼티모어가 ‘우리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강요가 아니라 요청을 한 것’이라고 나오면 애매해진다.

볼티모어는 2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시범경기 최종전을 치른 뒤 5일 미네소타와 개막전에 돌입한다. 늦어도 4일까지 25인 로스터를 확정해야 한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한, 김현수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 결국 볼티모어의 ‘김현수 고사작전’은 주체가 누구든, 조급한 그들의 현실을 함축한다. 방출시켜버리면 깔끔하지만, 발생할 매몰비용(2년 700만달러)이 아까울 수 있기에 김현수가 아니라 현지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을 흘려 여론몰이를 하는 형국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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