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빈 “한국 사이클 첫 메달… 내 허벅지 믿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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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우리가 있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 임채빈

한국 사이클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임채빈. 그는 요즘 경북 영주 경륜훈련원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영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국 사이클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임채빈. 그는 요즘 경북 영주 경륜훈련원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영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던 2012년 8월. 스물 한 살의 청년은 TV로 올림픽을 봤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꿈의 무대’는 환상적이었다. 실업팀 소속의 사이클 선수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올림픽 출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당시에는 중장거리를 주로 달렸어요. 국내 대회에서도 3∼4위였으니 올림픽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죠.”

그저 그런 선수였던 임채빈(25·금산군청)에게 상무 입대는 전환점이 됐다. 감독의 권유로 단거리 전문 선수로 방향을 바꾼 것. 그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신기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임채빈은 상무 소속이던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 스프린트에서 강동진(29·울산시청), 손제용(22·한국체대)과 팀을 이뤄 우승했다. 금메달 덕분에 당장 전역이 가능했지만 그는 남은 복무 기간 11개월을 모두 채웠다. “주위에서 ‘왜 조기전역을 안 했느냐’고 얘기하는 분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쉽지 않아요. 군에 간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걸요.”

한국 사이클이 아시아경기 단체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임채빈이 ‘단거리 선수’로 주목받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실력이 늘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임채빈은 1월 중순 홍콩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2015∼2016시즌 트랙월드컵 경륜에서 3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경륜의 월드컵 첫 메달이었다. 1월 말에는 일본 시즈오카 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3관왕(단체 스프린트, 스프린트, 경륜)을 차지했다. 이 역시 한국 단거리 사이클 사상 최초였다. 3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UCI 트랙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임채빈은 강동진, 손제용과 함께 단체 스프린트 UCI 랭킹 10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단체 스프린트 출전권을 얻으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스프린트와 경륜 출전 티켓도 확보했다. 임채빈은 세 종목 모두에 출전한다.

“아직 스프린트 종목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격차를 느껴요. 하지만 경륜은 도전해볼 만합니다. 월드컵 때 제게 졌던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위를 했으니까요.”

1896년 제1회 아테네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인 사이클에서 한국은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임채빈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김영수 대표팀 총감독은 “임채빈의 순간적인 파워는 세계적인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다. ‘경륜 황제’로 불렸던 엄인영 감독이 단거리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잠재력을 잘 이끌어 냈다. 단거리 종목은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경륜은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하면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빈은 대구 침산중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달리기가 빠르다는 게 사이클 감독이 그를 데려온 이유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벌이는 스피드 경쟁이 그가 생각하는 사이클의 매력이다. 키 170cm인 임채빈의 허벅지는 68cm(26.8인치)로 웬만한 여성의 허리보다 굵다. 맞는 기성복이 없어 평소에도 트레이닝복을 입을 정도다. 그 허벅지에서 나오는 스피드에 한국 사이클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이클이 비인기 종목이라는데 피겨스케이팅도, 수영도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잖아요.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임채빈 하면 사이클을 떠올릴 수 있도록. 그러려면 메달을 따야겠죠?”

영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임채빈#스프린트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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