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도니움’에 스포츠계 들썩…샤라포바 등 99명서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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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도니움’이 세계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멜도니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행위)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도 힘든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스테로이드처럼 유명한 도핑 물질이 돼가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올 1월 1일 금지약물로 분류된 이래 도핑 테스트에서 이 약물이 검출된 선수는 현재까지 99명에 달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선수가 적발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도핑에 적발된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9·세계랭킹 7위)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기본적으로 온몸 구석구석에 피가 잘 돌도록 도와주는 멜도니움은 옛 소련군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병사들이 원활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옛 소련 지역과 동유럽에서는 심장병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선수들의 멜도니움 복용 실태를 모니터링 한 WADA는 “지난해 8300개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2.2%가 멜도니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만큼 선수들이 이 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지난해 9월 “2016년 1월 1일부터 금지약물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NYT는 “러시아가 육상에서 국가적으로 도핑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WADA와의 연락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러시아 선수들이 WADA의 발표를 알지 못했던 것도 대량 적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스테로이드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쌓여 있지만 멜도니움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 약을 처음 만든 이바르스 칼빈시 박사(라트비아)는 “선수들에게 멜도니움을 금지한 건 ‘운동선수들은 건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반인륜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WADA는 “멜도니움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물론 유럽의약품청(EDA)에서도 승인 받은 적이 없는 위험 물질이다”며 “선수들이 건강 문제로 이 약이 꼭 필요했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을 신청하면 됐는데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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