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금보다 값진 태극마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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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골프 112년 만의 부활… 리우서 세기의 대결
남녀 각 60명 출전, 한국여자대표 누가될지 관심


올림픽 무대에서 골프가 부활한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이다.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결정에 따라 2016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골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남녀 개인전으로 진행되는 올림픽 골프는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다.

여자 금메달의 향방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닌 한국인 선수들이 세계 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 등 경쟁자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녀 국가대표팀 코치는 한국 골프의 맏형, 맏언니인 최경주, 박세리가 각각 맡는다.

파리 올림픽 때도 여자 개인전 열려

1900년 파리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등장한 골프는 다음 세인트루이스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보편적인 스포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1900년 대회는 4개국만이 참가했고 1904년에는 그마저도 줄어 캐나다, 미국만이 출전했다. 1904년 대회를 보면 남자 개인 금메달(캐나다)을 제외하고 모든 메달을 미국이 독식했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1900년 대회 때 골프는 남녀 개인전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당시 여자부 경기가 따로 있었던 것은 골프와 테니스뿐이었다. 올림픽 여자 골프 초대 금메달리스트는 미국의 마거릿 애벗이었다. 남녀 개인전으로 치러졌던 올림픽 골프는 다음 대회 때는 남자 개인, 단체전만을 치렀다. 테니스는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올림픽에 재진입했다.

100년 넘게 올림픽과 인연이 없던 골프가 올림픽 무대에 재등장하게 된 데에는 타이거 우즈(미국) 등 필드 스타들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골프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 올림픽 종목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즈를 비롯해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 등은 올림픽 복귀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골프는 다시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에 동참하게 됐다.

8일 동안 열리는 올림픽 골프는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주카 지역의 올림픽 코스에서 진행된다. 국제골프연맹에 따르면 올림픽 코스는 파71로 구성됐으며 남자 코스의 길이는 약 7132야드(6522m), 여자는 약 6500야드(5944m)다.

코스 내 4개홀과 접해 있는 2개의 인공 호수는 최근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브라질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주된 감염 경로로 알려진 모기가 인공 호수 인근에서 서식하며 선수, 갤러리를 감염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메달만큼 어려운 국가대표 선발

흔히 한국 양궁을 두고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자 골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기량을 지닌 국내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태극마크를 향한 경쟁 또한 불가피하다.

올림픽 출전 규정에 따르면 2014년 7월 대회부터 2년 동안 산정한 세계 남녀 골프 랭킹을 기준으로 남녀 각각 60명에게 출전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나 단순히 랭킹 60위 안에 든다고 해서 올림픽에 직행하는 건 아니다. 올림픽의 취지를 살려 국가별로 출전권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개최국인 브라질에는 남녀 자동 출전권이 1장씩 주어졌고 각 대륙에서 적어도 1명은 출전하도록 한다는 규정도 있다.

국가별로는 기본적으로 남녀 2장씩 출전권이 주어진다. 다만 국가별 안배 원칙에 가려 세계적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세계 랭킹 15위 이내 선수가 많은 경우 최대 4장까지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20일 현재 15위 안에 드는 국내 여자 선수는 랭킹 2위 박인비(28)를 비롯해 5위 김세영(23), 6위 김효주(21), 7위 유소연(26), 9위 장하나(24), 10위 전인지(22), 12위 양희영(27)까지 총 7명이다. 여차하면 15위 안에 들고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 박인비를 제외하곤 선수 간의 랭킹포인트 차가 크지 않은 만큼 올림픽 출전권을 둘러싼 경쟁은 결정 시점(7월 11일) 막바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전권 2장을 받을 한국 남자 대표의 경우 현재 26위 안병훈(25), 71위 김경태(30)가 경쟁에서 앞선다. 이달 초 싱가포르 오픈에서 우승한 송영한(25·113위)이 그 뒤를 쫓는다. 올림픽 메달은 병역 혜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선수들에게도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 걸린 국가대항전

철저하게 개인 기량을 다투는 프로 골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는 국가의 명예를 건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남자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의 미국, 여자 랭킹 1위 리디아 고의 뉴질랜드에 단연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스피스 외에도 리키 파울러(28) 등 남자 랭킹 15위 내 선수만 8명이다. 호주의 제이슨 데이(29), 아일랜드 대표로 출전할 로리 매킬로이(27)도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는다.

각국의 골프 지도자로 변신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전설의 스타들도 관심거리다.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와 함께 골프 레전드 빅3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게리 플레이어가 자국의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영국은 유럽투어에서 2차례 우승한 제이미 스펜스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골프 종가의 위신을 살리겠다는 포부다. 지난달 남녀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최경주, 박세리는 4월 허광수 대한골프협회 회장과 올림픽 코스를 답사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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