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는 움직임이 크고 격렬하다. 활강은 짜릿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상존한다. 장애인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스포츠였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 겨울 패럴림픽을 향해 도전하는 ‘장애인 스노보더’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윤호 씨(33·인천장애인체육회)는 흔히 말하는 ‘폭주족’이었다. 고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돼 거리를 질주하다 사고를 당했다.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여느 장애인이 그렇듯 그도 재활수단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격렬한 운동을 좋아했던 김윤호가 처음 택한 종목은 아이스하키와 규칙이 똑같은 아이스슬레지하키였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빙판을 누비던 그가 스노보드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8월. 대한장애인스키협회가 스노보드 신인 선수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테스트에 응시했다. 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 시범종목이었던 스노보드는 2018 평창 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부문 6개 등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장애인스키협회는 가깝게는 평창, 멀게는 베이징 대회에서의 메달 획득을 바라보며 선수 구하기에 나섰다. 비장애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출신이면서 대표팀 코치까지 지낸 노성균(43) 씨를 감독으로 선임해 선수 발굴을 맡겼다. 노 감독은 “아무리 알아봐도 스노보드를 타는 장애인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공개 테스트를 했는데 신청자 모두 스노보드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운동 신경이 좋았던 김윤호는 무난히 선발됐다.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제대로 훈련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휴가와 연월차를 모두 사용하며 스노보드를 익혔다.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지만 직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결혼을 해 두 명의 아이가 있는 그로서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패럴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소원을 아내가 들어줬다. 김윤호 씨는 “아내가 직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없으니 휴직을 하라고 했다. 앞으로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그만큼 절박하게 운동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김윤호는 늦게 시작했지만 운동 신경이 좋아 발전 속도가 빠르다. 장애인 스노보드는 세계적으로도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남은 2년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 테스트에서 선발된 장애인 신인 스노보더는 김 씨, 박항승 씨(29), 봉민종 씨(20), 박수혁 군(16) 등 4명이다. 맏형인 김 씨가 주장을 맡고 있다. 태극마크와 패럴림픽 메달을 꿈꾸며 스노보드를 시작한 이들은 19일까지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막한 제13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에 첫 선을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