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문 ‘대장 곰’ 홍성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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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스윙폭도 줄인 두산의 맏형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두산 홍성흔. 스포츠조선 제공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두산 홍성흔. 스포츠조선 제공
프로야구 두산의 최고참 홍성흔(39)이 분위기 메이커라는 얘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즌 때 그의 주변에는 늘 취재진과 방송 관계자들이 모인다. 뛰어난 실력에 걸출한 입담까지 갖춘 스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7일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홍성흔은 말을 아꼈다. 지난 시즌 두산은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홍성흔은 부진에 허덕였다. 2014년 타율 0.315, 20홈런, 82타점으로 활약했던 그는 지난해 타율 0.262에 7홈런, 46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신인이던 1999년(타율 0.258) 이후 가장 낮았다. 2군으로 밀려나면서 정규시즌 144경기 가운데 93경기에 출전하는 바람에 100경기 이상 출전 기록도 7년 연속에서 멈췄다.

어느새 40줄을 바라보는 홍성흔은 2016시즌을 마치면 구단과의 계약도 끝난다. 따라서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은퇴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홍성흔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덥고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수건으로 머리까지 감싼 채 묵묵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주루, 수비 훈련 등으로 구슬땀을 쏟았다. 무뎌진 타격 감각을 되찾는 게 이번 캠프에서의 최대 과제다.

떨어진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후에는 2∼3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에도 매달리고 있다. 홍성흔은 “큰 스윙보다는 간결하게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공을 맞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나이도 있으니 체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경험이 풍부한 홍성흔이 지명타자로 부활하면 김현수의 공백 메우기에 고심 중인 두산의 라인업 구성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홍성흔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올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홍성흔이 무게만 잡는 건 아니다. 그는 자칫 오랜 객지 생활로 지치기 쉬운 후배들에게 “기(氣)가 바닥에 다 떨어진 거 아니냐. 빗자루로 다시 쓸어 담자”는 등의 재치 있는 말로 훈련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식사 때나 휴식 시간에 조카뻘 되는 후배들에게 장난을 치며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홍성흔에 대해 “고참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훈련할 때 배려는 한다. 성흔이에게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멘토 역할을 맡겼는데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감독’으로 칭송받던 김인식 감독은 평소 “팀을 잘 끌고 가려면 더그아웃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 고참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성흔의 변신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드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홍성흔#두산#스프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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