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용병술에… 약체라던 ‘골짜기 세대’가 응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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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카타르에 3-1 승리…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진출
상대팀이 벌벌 떤 팔색조 전술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최종예선 34경기 연속 무패(25승 9무) 행진도 이어갔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약체로 불렸던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46)의 전술과 선수들의 투지가 뭉쳐지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정상 등극에 한 발짝만 남겨뒀다. 올림픽 본선 진출의 1차 목표를 달성한 신 감독은 “이제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따낼 메달의 색깔을 결정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공격수 황희찬(20·잘츠부르크) 등은 올림픽을 넘어 월드컵 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던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막의 여우’로 거듭났다. 신 감독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변화무쌍한 전술과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리더십으로 한국의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광종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신 감독은 기존 전술을 유지하지 않고 다양한 전형을 준비했다. 단판 승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경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선수들에게 “상대에 따라 전략과 전술을 바꿀 것이다. 전형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별 예선에서 공격적 전형으로 성공을 거둔 신 감독은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는 파격적인 수비 전형(3-4-3)을 내세워 승리를 거뒀다.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팔색조 전술’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 감독은 “카타르전 전형이 신태용의 축구는 아니지만 이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늘까지 5개의 전형을 구사했는데 더는 보여줄 게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프로축구 K리그 최초로 ‘60(골)-60(도움) 클럽’에 가입하는 등 프로 선수로 많은 명예를 얻은 신 감독이지만 대표팀 선수로서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 사령탑 신태용은 프로축구 성남 사령탑 시절 터득한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 신 감독은 대화와 소통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거 성남 선수들은 신 감독을 ‘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팀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신 감독을 ‘쌤(선생님)’으로 부른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신 감독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대표팀은 요르단과의 8강전 승리에도 부진한 경기력으로 선수들이 비난을 받았지만 신 감독은 오히려 “승리를 지켜줘 고맙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부상을 당했던 황희찬과 오랜 재활 끝에 대표팀에 승선한 문창진(포항)에게 “너희가 영웅이 돼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황희찬은 카타르전 후반에 투입돼 활발한 돌파로 공격을 이끌었고 문창진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프로 감독 시절 ‘레슬링복 입기’ 등 화끈한 세리머니로 인기를 모았던 그는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으면 기자회견장에 한복을 입고 나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편 이광종 전 감독은 “3, 4년간 같이 생활한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기쁘다. 선수들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신태용#권창훈#문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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