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프리미어 12’ 우승 앞장… 대표팀 주장 정근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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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1할 타자’에서 대한민국 ‘1번 타자’로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국가대표 1번 타자’ 정근우가 손가락으로 숫자 ‘1’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국가대표 1번 타자’ 정근우가 손가락으로 숫자 ‘1’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끈 야구 대표팀의 주장 정근우(33·한화)에게 ‘1’이라는 숫자는 야구 선수로 살아가는 이유다.

정근우는 “두 아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는 1번 타자로 나오라고 해요”라며 “일본에 진 대회 개막전에서 부진해 아이들이 바라는 톱타자 자리가 날아갈 뻔했다”며 웃었다.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 9회 초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심정을 묻자 그는 “신이 왜 나에게 시련을 주시나 했다(웃음). 무조건 (이)용규에게 기회를 연결하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가볍게 방망이를 돌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근우는 일본전에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는 3-5로 뒤진 10회말 다르빗슈 유(텍사스)에게 삼진을 당했다. 정근우는 “그때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일본 포수 조지마 겐지가 일본말로 ‘야, 됐다’고 소리쳤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라며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좋지 않은 징크스를 만들면 안 되겠다 싶어 벼르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이번에는 1타점 2루타로 한국의 역전승에 물꼬를 텄다.

10년 전 SK에 입단한 첫해 그는 ‘1’할(0.193) 타자였다. ‘정근우’라는 이름 석자는 ‘1’이라는 숫자의 벽을 넘지 못해 그대로 지워질 수도 있었다. “2005년에 프로무대를 만만하게 보고 왔다가 ‘이제 그저 그런 선수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2006년 시범경기 때 ‘내가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야구하지? 내 스타일로 야구하고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마음을 다졌는데 그때부터 다시 야구가 잘되더라고요.”

그는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텍사스) 이대호(소프트뱅크) 김태균(한화) 등과 함께 뛰면서 진정한 정근우만의 야구가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했다. “대단한 동기들을 따라가다 보니 부산고와 고려대도 갔고, 프로에도 지명됐고, 골든글러브도 타고, 국가대표로 우승까지…. 꿈들이 이뤄졌어요. 친구들이 있었기에 ‘쉽게 안 죽는다’, ‘어떻게든 발버둥치다가 다음 타자로 이어 준다’는 정근우만의 차별화된 ‘1번’ 야구 스타일이 나온 것 같아요.”

정근우는 올 시즌 4년 만에 다시 3할(0.316) 타자로 복귀했다. 홈런(12개)과 타점(66)에서도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정근우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성적은 WBSC 프리미어12 우승이다. “은퇴를 하더라도 ‘정근우가 대표팀에 없으니 이상하다, 허전한데? 야구를 야무지게 하는 정근우가 없네’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오래 유니폼에 흙을 묻히는 국가대표 1번 타자로 뛰고 싶어요. 팬들이 아쉬움을 갖고 떠올리는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정근우#주장#프리미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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