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세인트루이스 탈락시킨 컵스, ‘빌리 고트의 저주’ 깰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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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렸던 LA 다저스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저스는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클레이튼 커쇼의 호투를 발판삼아 뉴욕 메츠를 3-1로 제쳐 1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5차전 최종 승부를 벌인다. 시카고 컵스는 리글리필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포트스시즌에서 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14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와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벌어진 디비전시리즈 4차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컵스는 중부지구 챔피언 세인트루이스를 6-4로 꺾고 2003년 이후 12년 만에 리그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커쇼 포스트시즌 징크스 벗어나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투수는 26세의 좌완 클레이튼 커쇼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 나이에 3차례 사이영상과 MVP를 수상한 투수는 커쇼가 처음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무대에만 올라서면 작아졌던 커쇼다. 이번 1차전에서도 메츠 좌타자 대니엘 머피에게 선제홈런을 허용하고 7회 제구력 난조로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5연패를 포함해 1승6패 평균자책점 4.99였다. 전날 대패한 다저스는 4차전을 패하면 2015시즌이 끝난다. 어차피 커쇼의 어깨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커쇼는 메츠의 루키 좌완 스티븐 매츠와 맞붙어 7이닝 3피안타(1홈런) 1실점 1볼넷으로 포스트시즌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커쇼 생애에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친정에 비수 꽂은 터너

4차전 수훈선수는 다저스의 4번 타자와 3루수를 맡은 저스틴 터너다. 터너는 3회 초 애드리언 곤살레스의 빗맞은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계속된 2사 1,2루에서 좌익선상을 흐르는 2타점 2루타로 벼랑 끝에 선 팀을 구했다. 터너는 메츠에서 3년 활동했다. 그러나 2013시즌 후 메츠는 넌-텐더(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다저스는 오프시즌 스프링캠프에 초청하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지난 시즌 유틸리티맨으로 타율 0.340 홈런 7개 타점 43개로 생애 최고 시즌을 보냈다. 구단은 올해 시즌 초 연봉 25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연봉조정신청을 피했다. 올해 126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294 홈런 16개 타점 60개를 기록하며 붙박이 3루수와 클린업히터로 자리 잡았다. 다저스가 시즌 도중 류현진의 절친한 동료 후안 유리베를 트레이드할 수 있었던 것은 터너의 급부상이었다. 터너는 그를 버린 친정 메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5타수 7안타(0.467) 3타점을 기록 중이다.

●빌리 고트의 저주는 사라지나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8년이다. 107년 동안 정상 탈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빌리 사이아니스라는 팬이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때 양을 끌고 리글리필드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한 뒤 컵스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게 ‘빌리 고트의 저주’다.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참가했다. 와일드카드에서 피츠버그를 4-0으로 물리친 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세인트루이스를 3승1패로 누르고 대망의 리그 챔피언결정에 진출했다. 승리가 확정된 이날 리글리필드와 주변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한 분위기처럼 광적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컵스는 리글리필드에서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다음 단계를 확정짓는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디비전시리즈 우승으로 컵스는 가장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컵스는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총 10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20점 가운데 15점을 대포로 연길시켰다. 컵스는 다저스와 메츠의 5차전 혈투를 여유있게 지켜보면서 다음 상대를 기다릴 참이다.

●100승 팀이 탈락하는 야구의 의외성

세인트루이스는 통산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전통의 명문 팀이다. 한 시즌 100승 이상을 작성한 게 올해를 포함해 9차례다. 올해 최고 승률을 마크해 포스트시즌에서 월드시리즈를 제외한 시리즈의 홈 필드의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복병 컵스에게 덜미를 잡혀 시즌을 마감했다. 100승 팀이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2011년 필라델피아 이후 처음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손가락을 다치면서 정상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홈 필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야구는 안방의 이점이 가장 적게 나타나는 종목이다. 미 프로농구는 포스트시즌에서 홈코트의 이점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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