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경기, 오늘로 끝”, “대역전 드라마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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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넥센 벤헤켄 준PO 3차전 격돌

유희관, 밴헤켄
유희관, 밴헤켄
“목동이었으면 넘어갔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회초 선두 타자로 나온 넥센 김민성(27)이 때린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자 관중석 곳곳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넥센이 2-3으로 끌려가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 타구가 담장을 넘었다면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목동이면 정말 넘어갔을까. ‘애슬릿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타구 데이터 분석 시스템 ‘트랙맨 베이스볼’에 따르면 김민성이 때린 이 타구는 홈플레이트 왼쪽 28.7도 방향으로 110m를 날아갔다. 목동구장이었다면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구였다(그래픽 참조).

1회초 박병호(29)가 때린 타구도 그랬다. 트랙맨은 이 타구가 123.2m를 날아갔다고 측정했다. 잠실구장만 아니었다면 어떤 구장에서도 홈런이 되고도 남는 비거리다. 이 타구가 넘어갔다면 넥센은 2-0으로 2차전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우익수 뜬공이었다.

넥센이 안방으로 쓰는 목동구장은 대표적인 ‘홈런 공장’. 최근 3년간 구장 효과를 계산해 보면 목동은 다른 구장과 비교했을 때 홈런이 20% 가까이 늘어나는 구장이다. 홈런을 치기가 수월한 구장을 쓰면 타자들의 스윙 메커니즘도 변한다.

한 프로야구 팀 코치는 “잠실구장에서는 당겨 쳐도 담장을 넘길까 말까 한다. 밀어 쳐서 넘기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거포 유망주들은 밀어치는 기술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밀어서 담장을 곧바로 때리는 2루타 같은 것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반면 목동구장처럼 밀어 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구장을 쓰게 되면 밀어서 안타를 만드는 기술도 전체적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넥센이 홈런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타격이 강한 팀으로 거듭나게 된 비결이 목동구장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이 열린 곳이 잠실구장이라는 점이다. 잠실구장은 홈런을 다른 구장에 비해 25% 정도 줄어들게 만드는 구장이다. 김민성, 박병호 사례에서 보듯 공을 띄우는 데 익숙한 넥센 타자들은 이런 구장에서 힘을 쓰기가 어렵다.

준플레이오프 3, 4차전은 넥센이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두산 투수들은 올 시즌 목동구장에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 15개를 얻어맞으며 평균자책점 8.96으로 부진했다. 3차전 선발로 나서는 유희관(29) 역시 4월 22일 목동 경기에서 6이닝 동안 5실점했다. 일단 기록으로 보면 3차전은 넥센이 유리하다.

넥센은 내년부터 고척스카이돔을 안방으로 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척돔은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 될 확률이 높다.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만화 ‘어벤저스’처럼 강한 타격을 선보인다는 뜻으로 넥센 팬들이 자기 팀을 부르는 ‘넥벤저스’도 올 포스트시즌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이유다. 넥센이 3차전에서 패하면 목동구장도, 넥벤저스도 그대로 프로야구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넥센은 3차전 선발로 밴헤켄(36)을 예고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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