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가른 홈 쇄도… ‘전천후 백업맨’ 고영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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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SK전 10회초 판정번복 이끌어… 타격 약하지만 대주자-대수비 전문

KIA 고영우(오른쪽)가 25일 SK와의 경기 연장 10회 초 백용환의 희생플라이 때 빠른 발을 이용해 홈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학=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KIA 고영우(오른쪽)가 25일 SK와의 경기 연장 10회 초 백용환의 희생플라이 때 빠른 발을 이용해 홈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학=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0.091-0.083-0.087.

프로야구 KIA 고영우(24)가 데뷔 이후 3년간 기록한 타격 성적표다. 스스로도 이렇게 쳐서는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고영우는 방망이를 잡는 손을 바꿨다. 성균관대 재학 시절까지 우투좌타였던 고영우는 프로에 와서 스위치 타자로 전향했고, 지금은 아예 오른손으로 공을 친다.

그래도 방망이 실력은 아직 멀었다. 그런 그가 올해 1군 경기에 56번이나 나설 수 있었던 건 팀에 발이 느린 선수가 많은 덕분이다. 그는 56경기 중 24번은 대주자, 22번은 대수비로 그라운드 위에 섰다. 선발로 출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주자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24번 중 5번(20.8%)은 다음 베이스에 다다르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도루 실패 2번, 주루사 2번, 견제사 1번이었다. 25일 SK와의 문학경기에서 이 기록이 6번으로 늘어났다면 고영우는 경기 최우수선수(MVP) 인터뷰를 한 번도 못 해보고 유니폼을 벗었을지 모른다.

고영우는 이날 0-0으로 비긴 10회초 대주자로 나와 귀중한 결승 득점을 올렸다. 백용환(26)이 중견수 쪽으로 띄운 공은 3루 주자를 불러들이기에는 조금 짧았지만 3루에 있던 고영우는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했다. 첫 판정은 아웃. 그러나 합의판정으로 판정이 뒤집혔다. 비 때문에 나머지 4개 구장 경기가 열리지 못한 이날 고영우는 프로야구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가 됐다.

이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에서 고영우를 경기 MVP로 뽑은 건 당연한 일. 고영우는 경기 후 “MVP 인터뷰는 처음인데 부모님이 제일 많이 생각난다. 동생이랑 같이 프로 입단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생인 kt의 고영표(23)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kt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고영표는 올해 33경기에 나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6.98을 기록하고 있다. 고영표는 KIA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했지만 아직 형과 맞대결을 벌인 적은 없다.

둘이 맞대결을 벌이게 되면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투타 맞대결을 벌인 형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kt 정명원 코치(49)가 태평양 유니폼을 입었던 1995년 9월 5일 쌍방울과의 전주 경기에서 대타로 나온 동생 정학원(47)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게 유일한 형제 맞대결 기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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