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위해 완봉도 포기한 유희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3일 05시 45분


두산 유희관이 완전체 좌완 에이스로 거듭났다. 빼어난 성적과 더불어 이닝이터로서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팀을 위해 개인기록도 양보하며, 후배들의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이 완전체 좌완 에이스로 거듭났다. 빼어난 성적과 더불어 이닝이터로서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팀을 위해 개인기록도 양보하며, 후배들의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두산 유희관 ‘에이스의 자격’

새 용병 스와잭 등판 위해 완봉 기회 양보
선발 14경기 중 12경기 6이닝 이상 소화
후배 투수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


두산 유희관(28), 이제는 완벽한 에이스다.

유희관은 21일 잠실 롯데전 승리와 함께 시즌 10승(2패)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14번째 등판 만에 두산 좌완투수로는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두산 국내투수로 범위를 넓혀도 김상진(OB·1991∼1995년)과 김선우(2009∼2011년) 이후 세 번째. 삼성 알프레도 피가로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방어율 2.85로 2위에 올라있다. 명실상부한 두산의 간판투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나가면 오래 버틴다!


유희관은 올 시즌 14경기 가운데 6회를 못 채운 경기가 2번뿐이다. 그 2번마저도 5.2이닝씩 소화해 6이닝에 육박했다. 4월 7일 잠실 넥센전(5.2이닝 5실점)과 이달 9일 잠실 LG전(5.2이닝 1실점)이다. 최근 4경기에선 나갈 때마다 승리를 따냈다. 이제 ‘유희관이 나오는 날은 두산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상대팀에 심어주고 있다. 이미 앞선 두 시즌에도 10승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매 경기 임팩트 자체가 다르다. 심지어 올해 30경기 등판을 가정한다면 산술적으로 21∼22승까지 가능한 페이스다. 유희관은 “이전보다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긴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고 내가 의식하게 되면 투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매 경기 좋은 투구를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팀을 위해 개인기록을 양보하다!

유희관은 이미 한 차례 무4사구 완봉승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9이닝 7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또 한 차례 기회가 왔다. 21일 경기에서 8회까지 2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투구수도 94개밖에 되지 않았다. 완봉은 선발투수에게는 최고의 훈장. 그러나 유희관은 9회 팀의 새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유희관은 “솔직히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 경기가 아니면 스와잭이 선발등판하기 전에 미리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상황이었다. 팀을 위해 내가 물러나는 게 맞다”고 밝혔다.

● 후배들의 멘토가 되다!


무엇보다 유희관은 후배 투수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왼손투수가 부족해 늘 고민했던 두산은 최근 들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젊은 좌완투수들이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좌완 왕국’을 이루고 있다. 시속 130km대 초중반의 직구로도 프로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유희관은 기복이 심한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최근 2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허준혁은 “유희관 선배님이나 장원준 선배님이 던지는 것을 보면서 진짜 많이 배운다. 꼭 뭔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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