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레알 ‘이름값 축구’ 물음표 던질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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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이달 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팀의 가치가 32억6000만 달러(약 3조5550억 원)로 3년 연속 세계 축구 클럽 1위를 지켰다고 밝혔다. 라이벌 바르셀로나는 31억6000만 달러(약 3조4460억 원)로 2위, 31억 달러로 평가된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위였다. 선수 몸값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는 라리가 1위다. 독일의 축구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이 팀 선수들의 시장가치를 모두 합하면 6억2250만 파운드(약 1조627억 원)나 된다. 바르셀로나의 5억2052만 파운드(약 8886억 원)를 크게 앞선다.

▷원래 잘나갔던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 7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구단을 맡은 뒤 ‘최고급 클럽’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스타를 영입했다.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은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2006년 잠시 물러났다 2009년 복귀한 페레스 회장은 “과거 루이스 피구와 지네딘 지단 등을 영입한 것은 성공이었다”며 다시 ‘갈락티코’를 몰아붙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것은 이때다. 당시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70)은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스 회장이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듯한 미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년 전 독일 축구의 전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던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68)로부터 한방 맞았다. 크라위프는 21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7년 동안 한 번밖에 리그 우승을 못한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든 선수가 득점을 위해 힘을 합치는 바르셀로나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크라위프는 1970년대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 활약했고,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사령탑을 맡았다.

▷요한 크라위프가 지적한 대로 레알 마드리드의 최근 성적은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 최근 7시즌 동안 라리가 우승은 2011∼2012시즌이 전부다. 이 기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한 번(2013∼2014시즌)밖에 못했다. 이에 비해 바르셀로나의 성적은 발군이다. 2008∼2009시즌부터 라리가를 3연패했고, 2012∼2013시즌과 이번 시즌에도 우승하는 등 7년 동안 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 차례나 우승컵을 안았고 올 시즌에도 결승에 올라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를 고민하지 않고 이름값에 얽매였다”고 분석한다. 시즌 막판에 “개러스 베일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듯이 ‘BBC(개러스 베일-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부진은 돈을 많이 쓴다고 꼭 우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돈을 안 쓰면? 우승과는 더 멀어진다. ‘그저 그런 지방팀’이었던 전북이 2010년대 최강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도 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바탕이 됐다. 2013시즌 전북은 정규리그 3위를 했지만 그해 2위였던 국내 선수들의 연봉 합계를 크게 올려 1위로 만들었다. 선수들은 지난해 팀 통산 3번째 우승으로 화답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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