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배구’는 물러날 줄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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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지휘봉 내려놓았지만 남자 7개 구단 감독 중 5명이
삼성화재 코치-선수로 지도 받아… 제자들끼리 경쟁 펼치는 구도

“내 제자들이 한국 프로배구 모든 팀의 감독이 돼 지휘봉을 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슈퍼리그 시절 8회 우승, 프로 출범 후 8회 우승 등 모두 16차례나 삼성화재를 정상에 올려놓은 신치용 전 감독(60)은 얼마 전 농담을 섞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음 달 1일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 겸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전하는 그의 꿈은 그대로 현실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마음으로 그렸던 그림은 절반 이상 완성됐다. 프로배구 남자부 7개 팀 중 무려 5개 팀 감독이 선수나 코치로 그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1)은 이미 오래 전 그의 품을 떠나 LIG손해보험과 대한항공 감독 등을 지냈다. 수제자라 할 수 있는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은 3월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을 넘어 V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대적인 감독 교체가 이뤄진 시즌 후에는 3명의 제자들이 새롭게 감독 자리에 올랐다. 신 부사장의 후임으로 삼성화재를 이끌게 된 임도헌 신임 감독(43)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39),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42) 등이다. ‘감독’ 신치용은 떠났지만 2015∼2016시즌에는 ‘신치용의 아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게 있기에 각 팀은 삼성화재 출신들을 감독으로 모셨을까.

김상우 감독은 19일 전화 통화에서 “선생님(신 부사장을 지칭)은 우리가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좋은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키워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5명의 감독들은 입을 모아 신 부사장에게서 ‘기본’과 ‘원칙’을 배웠다고 했다. 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인 솔선수범과 성실함은 삼성화재 출신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전자(DNA)’였다는 것이다. 또 철저한 몸 관리와 생활 습관 관리 등도 신 부사장이 남긴 교훈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각 팀의 상황에 맞게 색깔을 입히는 것이다. 임도헌 감독은 “신 부사장님의 배구를 이어받되 이전보다 더 강한 근성, 더 끈끈한 팀워크를 갖춘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우 감독도 “지난해 너무 많이 지다 보니 지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선수 구성 등을 볼 때 당장 좋은 성적을 올리긴 힘들어도 많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선생님의 배구는 제자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배구의 토대 위에 세계적인 추세인 빠른 스피드를 추구하고 싶다. 현대캐피탈에는 김호철 전임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좋은 색깔도 있다. 활기차고 승부욕 강한 현대캐피탈만의 배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신치용 배구#삼성화재#신영철#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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