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지휘봉 내려놓았지만 남자 7개 구단 감독 중 5명이
삼성화재 코치-선수로 지도 받아… 제자들끼리 경쟁 펼치는 구도
“내 제자들이 한국 프로배구 모든 팀의 감독이 돼 지휘봉을 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슈퍼리그 시절 8회 우승, 프로 출범 후 8회 우승 등 모두 16차례나 삼성화재를 정상에 올려놓은 신치용 전 감독(60)은 얼마 전 농담을 섞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음 달 1일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 겸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전하는 그의 꿈은 그대로 현실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마음으로 그렸던 그림은 절반 이상 완성됐다. 프로배구 남자부 7개 팀 중 무려 5개 팀 감독이 선수나 코치로 그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1)은 이미 오래 전 그의 품을 떠나 LIG손해보험과 대한항공 감독 등을 지냈다. 수제자라 할 수 있는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은 3월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을 넘어 V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대적인 감독 교체가 이뤄진 시즌 후에는 3명의 제자들이 새롭게 감독 자리에 올랐다. 신 부사장의 후임으로 삼성화재를 이끌게 된 임도헌 신임 감독(43)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39),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42) 등이다. ‘감독’ 신치용은 떠났지만 2015∼2016시즌에는 ‘신치용의 아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게 있기에 각 팀은 삼성화재 출신들을 감독으로 모셨을까.
김상우 감독은 19일 전화 통화에서 “선생님(신 부사장을 지칭)은 우리가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좋은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키워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5명의 감독들은 입을 모아 신 부사장에게서 ‘기본’과 ‘원칙’을 배웠다고 했다. 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인 솔선수범과 성실함은 삼성화재 출신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전자(DNA)’였다는 것이다. 또 철저한 몸 관리와 생활 습관 관리 등도 신 부사장이 남긴 교훈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각 팀의 상황에 맞게 색깔을 입히는 것이다. 임도헌 감독은 “신 부사장님의 배구를 이어받되 이전보다 더 강한 근성, 더 끈끈한 팀워크를 갖춘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우 감독도 “지난해 너무 많이 지다 보니 지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선수 구성 등을 볼 때 당장 좋은 성적을 올리긴 힘들어도 많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선생님의 배구는 제자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배구의 토대 위에 세계적인 추세인 빠른 스피드를 추구하고 싶다. 현대캐피탈에는 김호철 전임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좋은 색깔도 있다. 활기차고 승부욕 강한 현대캐피탈만의 배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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