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초짜감독 이종운 ‘돌직구 리더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4일 05시 45분


롯데 이종운 감독(오른쪽)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수들을 다독이는 푸근함과 함께 수장으로서 소신 발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황재균의 몸에 맞는 공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자 한화와 김성근 감독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감독이 지난달 28일 사직 kt와 개막전에 앞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이종운 감독(오른쪽)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수들을 다독이는 푸근함과 함께 수장으로서 소신 발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황재균의 몸에 맞는 공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자 한화와 김성근 감독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감독이 지난달 28일 사직 kt와 개막전에 앞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가치 없어서 빈볼 보복하지 않았다” “앞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 김성근감독 겨냥 강경발언

큰 점수차로 지고 있을땐 “1점은 내고 지자”
선수들에게 긍정의 자극…덕아웃 분위기 최고

1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롯데의 벤치 클리어링 파동 이후 롯데 이종운 감독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그동안 장막에 휩싸여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그 막을 벗어 던졌다. 49세의 초보 사령탑은 공개석상에서 그동안 성역처럼 간주되어온 일흔 셋 노장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단이었다.

그러나 강인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롯데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어도 덕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간판스타 강민호는 “점수차가 꽤 벌어졌는데 감독님이 ‘시즌은 길다. 오늘 져도 괜찮다. 어떻게 매일 이기냐. 하지만 그래도 1점은 내고 지자’며 미소 지었다. 절로 힘이 났다”고 밝혔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친화적인 리더십이다.

그러나 상대팀과 맞설 때는 그 푸근함이 어느새 강인함으로 바뀐다. 선수들 뒤에 근엄하게 서 있기보다는 맨 앞에 서서 바람을 맞는다. 이 감독은 12일 사직 한화전 직후 2차례 몸에 공을 맞은 황재균과 5회 벤치 클리어링에 대해 “상대팀에 피해를 주면 자신의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 “(황)재균이가 무슨 잘못인가? 열심히 하는 선수일 뿐이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가치가 없어서 똑같이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김태균을 왜 교체했나?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아있다. 앞으로 우리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야구로 승부하자”며 각을 세웠다.

상대가 한화이고, 그 사령탑이 김성근 감독이 아니었더라도 매우 파격적인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직후라 흥분된 상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13일 오후 전화로 재확인한 이 감독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은 최고의 감독이시고, 야구계에서 역할이 크신 분이다. 그러나 나 역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감독이며, 지금은 시즌 중이다. 아직 어리고 부족한 것이 많은 신인이지만, 감독은 감독이다. 내 선수가 위험한데 그 어떤 감독이 가만있겠나. 빈볼로 경고해야 하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또 “(황)재균이가 1차전(10일) 6회 8-2로 앞선 상황에서 도루를 했고, 3차전(12일)에는 1회 7-0에서 도루를 했다. 이게 예의를 저버린 야구인가? 1차전은 연장전까지 갔다. 3차전은 막 1회였다. 첫 번째 사구(3차전 4회)는 매우 위험했다.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여러 상황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을 지키겠다는 분명한 내 의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으로 한화와 롯데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 와중에 드러난 이종운 감독의 면모는 그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이 감독의 리더십 덕분인지 롯데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꼴찌 후보라는 예상과 달리 7승5패, 공동 4위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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