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출범 30년 넘도록 왜 관중수 ‘쉬쉬’ 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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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에 ‘봄 바람’이 불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던 예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출발이 좋다. 프로축구연맹은 7일 클래식(1부) 개막 이후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관중 수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내세울 게 없다면 굳이 안 해도 될 일이다. 대표팀 소집으로 지난 주말에는 클래식 경기가 열리지 않았지만 챌린지(2부)는 2라운드까지 평균 7699명의 관중을 모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 넘는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는 2만157명이 찾아 챌린지 최초로 2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축구는 1983년 이후 출범 30년이 넘었다. 공자는 30세를 이립(而立)이라 불렀다.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프로축구는 이립을 넘었지만 관중 관리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집계를 제대로 한 게 2012년부터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연맹은 2011년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이 근거 없이 얘기한 숫자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당시 이를 믿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이전부터 ‘뻥 튀기’ 발표가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관중을 세 보니 거품은 쏙 빠졌다. 지난해 클래식 총 관중은 180만 명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얘기할 때 프로축구는 조용했다. 말을 꺼내봤자 비교만 될 뿐이었다. 프로야구는 원년부터 관중을 집계했다.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쌓이다 보니 관중 수는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프로축구는 왜 최근에야 관중 수를 세기 시작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구단들이 반대해서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에게 관중은 중요한 실적이다. 성적이 안 되면 관중이라도 뒤지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기에 누구나 ‘뻥 튀기’ 집계의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무 연맹 부총재는 “전북 등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단장이 너무 자주 바뀐다. 장기적인 플랜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실제 관중 집계는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처음에는 ‘민낯’이 낯설고 부끄럽겠지만 구단을 잠시 운영하다 접을 게 아니라면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차제에 수당을 포함한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축구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연봉조차 비교할 수 없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구단들은 말한다. “해외 진출을 막으려면 이 정도는 줘야 한다”고.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 선수를 잡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당장은 빈 자리가 눈에 띄겠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다.

▷올 시즌 클래식은 228경기를 치른다. 프로야구는 720경기다. 경기 수가 야구의 3분의 1도 안되니 전체 관중 비교는 무의미하다. 다만 평균 관중은 야구와 경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프로야구의 올 평균 관중 목표는 1만1614명(총 836만 2000명)이다. 대놓고 발표는 안 했지만 연맹은 내심 올 시즌 300만 관중(클래식)을 기대한다. 평균 1만3158명이 입장해야 가능한 숫자다. 지난해 3라운드까지 평균 1만667명이었던 클래식 평균 관중은 결국 7931명으로 줄었다. 올해 3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은 지난해보다 19.5% 증가한 1만2753명. 목표를 이루려면 관중이 더 늘어야 한다. 지금의 축구 바람은 잠시 살랑대다 잦아들 미풍일까, 아니면 갈수록 거세질 태풍일까. 올 시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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