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농구’ 전자랜드, ‘동부산성’ 동부 꺾고 첫 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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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6위였던) 우리가 이겨야 프로농구에 더 얘깃거리가 많아지는 것 아닌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우리만의 ‘달리는 농구’를 할 것이다.”(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유 감독의 희망은 현실이 됐다. ‘미라클 전자랜드’가 19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리카르도 포웰(21득점), 정영삼(18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2위 동부를 66-62로 꺾었다. 역대 4강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것은 36회 가운데 25회(75%)였다. 6강 PO에서 정규리그 3위 SK를 상대로 6위 팀으로는 역대 최초로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친 전자랜드는 동부까지 격파하며 팀 PO 최다 연승(4연승) 기록을 썼다. 이전까지 6위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자랜드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에 올라보지 못했다.

동부와 전자랜드의 농구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동부산성’으로 통하는 동부는 높이와 수비에 강점이 있다. 올 정규리그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0점대(69.1점) 실점을 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높이가 최대 약점이다. 대신 스피드를 앞세워 ‘뛰는 농구’를 하며 3점 슛을 포함해 외곽을 공략한다. SK와의 6강 PO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며 경기 평균 11.7개의 3점 슛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날도 선발 출전한 선수 가운데 가드 2명을 제외한 평균 키는 동부가 202cm(김주성-사이먼-윤호영)인데 비해 전자랜드는 197cm(차바위-포웰-주태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고비에서 9개의 3점 슛(동부는 5개)을 작렬시키며 승리를 만들어 냈다.

전자랜드는 출발부터 좋았다. 1쿼터에만 3점 슛 4개(성공률 57%·동부는 1개)를 성공시키며 22-17로 앞서 나갔다. 2쿼터 초반 19-30, 11점 차까지 뒤졌던 동부는 1쿼터에서 2득점에 그쳤던 김주성(17득점)이 살아나면서 추격을 시작했다. 2쿼터 종료 3분 10초를 남기고 두경민의 3점 슛이 터지며 30-34로 따라 붙었다.

3쿼터는 동부의 시간이었다. 사이먼이 전자랜드 테렌스 레더로부터 파울을 당해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34-37로 추격한 동부는 김주성과 박지현의 득점을 앞세워 39-37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동부 특유의 ‘질식 수비’도 빛을 발휘했다. 전자랜드는 공격 제한 시간을 넘기는 일이 잦았다. 3쿼터 종료 38초를 남기고는 사이먼이 덩크슛을 터뜨려 53-45로 달아나며 안방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6강 PO에서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포웰이 덩크 슛과 골밑 슛을 잇달아 꽂아 넣으며 55-55, 다시 동점을 만들더니 4쿼터 종료 6분 15초를 남기고 정병국(9득점)의 3점 슛으로 58-55, 다시 경기를 뒤집은 뒤 더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원주=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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