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노상래 감독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라가보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13일 06시 40분


프로 사령탑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전남 노상래 감독은 ‘신임 지도자’답게 항상 당당하고 멋진 도전을 약속했다. 노 감독이 8일 제주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 사령탑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전남 노상래 감독은 ‘신임 지도자’답게 항상 당당하고 멋진 도전을 약속했다. 노 감독이 8일 제주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남 노상래 감독

데뷔전 치르고나니 마음이 홀가분
없던 양복 구입…감독 실감나네요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만난 8일 광양전용경기장. 이날 경기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가 있었다. 양 팀 모두 새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을 교체했다. 새 시즌부터 전남은 노상래(45) 감독, 제주는 조성환(45)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어느 때보다 부담스럽고 힘겨운 프로 사령탑 데뷔전. 결과는 1-1 무승부였지만, 평소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양 팀 감독은 어느 때보다 길고 긴 90분을 보내야 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1만2600여명의 홈팬들 앞에서 제자들을 지휘한 노 감독의 여운이 특히 길어 보였다. 장거리 레이스의 첫 단추를 꿰고 전남 광양의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만난 노 감독은 “어차피 맞을 주사, 빨리 맞자는 심경이었다. (첫 경기를 끝낸) 지금부터는 좀더 편안히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첫 경기, 솔직히 느낌이 어땠나.

“선수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덜덜 떨리는 건 없었는데, 빨리 매를 맞자는 생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초조하지 않다. 막상 부딪히고 보니 홀가분한 건 사실이다.”

-어떤 부분이 특히 홀가분했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도전해야 했다. 막연히 등정해야 한다고 준비만 하다, 진짜 등정이 시작됐으니 속이 시원했다. 등산로에 첫 걸음을 내디뎠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라가보자는 심정이다.”

-전임자가 떠난 뒤 홀로서기다.

“프리시즌 내내 (하석주)감독님이 생각났다. 감독이 되고 주변에선 축하를 건네던데, 난 기쁨보다 불안감이 훨씬 컸다. 아직 완전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 당장은 웃기가 어렵다. 훗날 합리적인 결과와 성과를 냈을 때 웃겠다. 연륜과 경험이 적은 지금은 아무래도 편할 수 없다.”

-데뷔전을 기다리던 솔직한 기분은.

“경기장으로 가기 전, 클럽하우스 감독실에서 양복으로 갈아입다가 가족이 선물한 넥타이를 홀로 매니 참 어색했다. ‘내게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감독이라는 걸 특히 실감할 때가 있다면.

“일단 생각도, 챙길 것도 배는 많아지더라. 코치 시절 10가지 아이디어에 그쳤다면, 지금은 20∼30가지가 넘는다. 머리가 항상 복잡하다. 또 예전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벤치에 착석했는데, 갑자기 양복을 많이 구입해야 했다. 전화도 엄청나게 걸려오더라.”

-하석주 감독과는 연락했나.

“마음은 굴뚝같은데, 연락을 잘 못하겠더라. 괜히 부담 드릴까 싶어서. 제주전을 마치고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더니 장난 삼아 ‘(노상래) 감독님, 고생했어요’라고 하시더라.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나니 예전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감독 되고 만날 비디오만 본다’는 말씀. 얼마나 힘드셨는지 새삼 실감하게 됐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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