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 수영연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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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 결과 두달 전에 알고도 “본인이 비밀 유지 부탁” 수수방관
2월 FINA 청문회 등 대처 안해… “국보급 선수 최대위기 방치하다니”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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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6·인천시청·사진)이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은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27일 문제가 된 박태환의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검사를 실시한 뒤 국제수영연맹(FINA)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반도핑기구(KADA)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도핑테스트는 FINA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FINA는 지난해 9월 초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뒤 10월 박태환에게 도핑테스트 결과를 통보했고 이어 11월 연맹에 결과를 알려줬다. 하지만 연맹은 2개월이 지나도록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일청 대한수영연맹 전무는 “검사 결과 통보를 받고 FINA가 1차 청문회를 열기까지 선수 보호를 위해 외부로 검사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동권 대한수영연맹 사무국장도 “도핑 규정에 따라 박태환 측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박태환 측에서 ‘검증을 해보고 특이 사항이 있으면 얘기하겠다’고 해 협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맹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한 대응책 마련이나 박태환과의 의견 교환 등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은 박태환이 어디서 주사를 맞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박태환 측이 해당 병원을 고소한다는 사실도 26일 박태환 측의 보도자료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27일 대한수영연맹 사무실에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취재진이 몰렸지만 책임 있게 답변해 줄 간부급 직원은 한 명도 나와 있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하위급 직원들은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지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선수의 책임을 묻는 게 관례다. 그러나 연맹도 이 과정에서 정밀한 조사를 통해 혹시나 입을 수도 있는 불이익을 막아줘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 최초의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의 명예는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계의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에 연맹이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태환은 2월 FINA의 청문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수영계 지도자들 역시 연맹의 소극적인 사태 해결 의지와 노력에 아쉬움과 불만을 터뜨렸다. 전 수영 국가대표팀 관계자는 “비록 원만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연맹이 한국 수영의 간판인 박태환을 진정으로 살리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인 스타로 FINA의 상시 도핑 대상자인 박태환을 평소부터 꾸준히 관리해 줄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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