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돈 쓰고도 욕 먹는, 롯데 아마추어리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31일 06시 40분


이종운 감독-이윤원 단장-이창원 대표(왼쪽부타). 스포츠동아DB
이종운 감독-이윤원 단장-이창원 대표(왼쪽부타). 스포츠동아DB
2014년 11월13일 롯데 야구단 이창원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 이종운 감독은 취임식 날인데 고개부터 숙였다. 이 대표이사는 “거듭나겠습니다. 바보 같은 짓, 프로답지 못한 짓 하지 않겠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구단 전체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프런트는 지원조직으로 전문화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을 읽었다.

야구단 수장의 통렬한 반성 이후 한 달 반이 흐른 지금, “주춧돌을 놓고 가겠다”는 이 대표이사와 이 단장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대표이사와 이 단장은 조직 정상화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지만 실무자들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선 아직도 코치진 보직을 정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2군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프런트는 홍보팀장의 빈자리를 채우지도 못한 채 종무식을 치렀다.

이 뿐만 아니다. 롯데는 연봉협상 과정에서 수뇌부와 실무자가 엇박자를 내 눈총을 받고 있다. ‘정착된 새 시스템 덕에 (선수들에게)연봉을 듬뿍 줬다’고 외부에 자랑하는 연봉협상 실무직원까지 나왔다. 이에 관해 롯데 실무 책임자는 “새 시스템은 소통 강화”라고 설명했다. 즉, 자신들이 소통을 잘한 덕에 연봉협상이 잘된다는 소리다. 자신들이 보좌를 못해 전임 사장, 단장, 운영부장이 불명예 퇴임한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조차 없는 듯하다. “프런트가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고과에 관계없이 후하게 주겠다”고 한 이 단장의 ‘큰 그림’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롯데 인사는 “지금 있는 롯데 실무진들은 문책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이다. 새 수뇌부가 관용을 베풀고 있을 뿐인데 자신들이 잘해서 요직에 발탁됐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최근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아 김용수 코치가 영입됐다 하루 만에 철회된 사건도 실무자들의 안이한 업무판단에서 비롯됐다. 이러니 “이 단장 주위에 쓴 소리 해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롯데는 지금 한가하지 않다. 갈 길이 멀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구단 수뇌부는 낮은 자세로 선수단을 배려하려고 힘쓰는데 일부 실무자들은 그 뜻을 잘 모르는 듯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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