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동양인 유격수 성공 신화’ 쓸까

  • 동아일보

넥센, ML에 포스팅 공식 요청
과거 美 진출했던 마쓰이-니시오카, 일본에선 공수 모두 뛰어났지만
체력 등 문제로 수비기량 발휘 못해

강정호
강정호(27)가 드디어 태평양을 건널 준비를 마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넥센 구단 요청에 따라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포스팅 뒤 4일 안에 최고액에 응찰한 구단을 KBO에 통보하게 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야수는 강정호가 처음이다. 강정호는 올 시즌 타율 0.356(4위), 40홈런(2위), 117타점(2위)으로 생애 최고 시즌을 보냈다. 수비 역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흠잡을 데 없었다.

11년 전 일본 프로야구에도 강정호와 닮은 선수가 있었다. ‘작은 마쓰이’로 불리던 마쓰이 가즈오(39·사진)였다. 마쓰이는 2003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의 주전 유격수로 타율 0.305(OPS 0.914), 33홈런, 84타점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석에서 초구를 받아쳐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마쓰이는 2004년 실책을 24개나 저질렀다. 동료 투수들이 공개적으로 수비 능력을 비판할 정도로 그는 수비에서 헤맸다. 결국 마쓰이는 2005년 이후에는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 뒤 마쓰이는 수비는 쓸 만하지만 타격은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됐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7년 동안 타율 0.267, 32홈런, 211타점을 기록한 채 일본 무대로 돌아왔다.

니시오카 쓰요시(30)는 더했다. 니시오카는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타율 1위(0.346)를 차지한 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수비력을 근거로 “니시오카는 마쓰이와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그 역시 유격수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은 동양인 유격수는 수비 기량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체력과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며 “강정호 역시 구단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3루수를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팀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강정호#메이저리그#마쓰이#니시오카#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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